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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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그룹 계열 핀테크업체인 앤트그룹이 금융당국의 감독을 강하게 받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미래 성장성이 크게 줄어들면서 기업가치도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앤트그룹이 금융지주사가 되겠다는 내용의 사업개편안을 당국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금융지주사는 금융당국의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을 의무가 있다.

앤트그룹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운영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알리페이의 모바일결제는 현재 중국에서 10억명 이상이 쓰고 있다. 앤트그룹은 이런 거대한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금융업에 진출했고, 소액대출과 온라인보험, 자산운용업 등에서 중국 최대 사업자로 부상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겸 앤트그룹 최대주주는 그동안 앤트그룹이 금융회사가 아닌 핀테크회사이며, 이에 적합한 낮은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10월에는 공개석상에서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비판했다가 11월3일 앤트그룹 상장 이틀을 앞두고 상장이 전격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중국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재벌그룹 계열 금융회사들이 금융업을 지속하려면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는 금융지주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규제를 도입했다. 또 금융지주사에는 산하 금융자회사의 자본금 50% 이상을 출자하도록 했다.

앤트그룹은 이에 상장 이후 금융회사를 관할하는 금융지주사를 별도로 설립하고, 모회사는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핀테크 관련 기술기업으로 남아 기업가치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앤트그룹 자체를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면 이 같은 목표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에스와 프라샛 코넬대 경제학 교수는 "앤트그룹은 다양한 금융업을 하면서도 감독을 제대로 받지 않으면서 리스크를 분산해 왔던 측면이 있다"며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게 되면 신사업 진출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앤트그룹이 제출한 사업개편안이 확정된다면 금융지주사로 막대한 자본금을 납입하는 등 각종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수익과 성장이 제한돼 기업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앤트그룹이 제출한 사업개편안은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정부 최고 금융정책 기구인 금융안정발전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다음 달 설 연휴 이전에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