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물량을 선진국이 독점해 개발도상국 경제의 회복이 지연되면 선진국 경제도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상공회의소(ICC) 후원으로 미 하버드대, 메릴랜드대와 터키 코치대 학자들이 참여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이 올해 중반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후진국 대부분은 백신 보급에서 제외되면 세계 경제의 손실이 9조달러(약 9천886조5천억원)를 넘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일본과 독일의 연간 생산액 합계보다 큰 규모로, 이런 경제 손실의 절반가량은 미국, 캐나다, 영국과 같은 선진국들에 돌아갈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선진국이 백신 물량을 독점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선진국도 약 5천조원의 경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개발도상국이 연말까지 자국민의 절반에 백신을 접종하는 시나리오에서도 세계경제의 손실액은 1조8천억∼3조8천억달러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의 피해가 선진국에 돌아갈 것으로 이 보고서는 추정했다.

보고서는 65개국, 35개 업종의 무역 자료를 바탕으로 백신의 불균등 보급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산출했다.

백신 보급 지연에 따른 후진국의 경제 회복 차질이 선진국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주요 근거는 대부분 무역이 완제품이 아니라 부품 단계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예컨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품무역액 18조달러 중 중간재가 11조달러를 차지했다.

결국 개도국 경제가 코로나19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다국적 기업들이 부품이나 원자재 수급에 곤란을 겪으면서 북미, 유럽, 동아시아 수출기업의 판매가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적인 공급망으로 묶여있는 자동차, 섬유, 건설, 유통 등 업종은 매출 타격이 비교적 클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이에 따라 개도국에 대한 백신 보급 지원은 인도적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라고 NYT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존 덴턴 ICC 사무총장은 "개도국 백신 지원은 선진국의 관대한 행위가 아니라 자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해야 하는 필수적인 투자"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독점 때 선진국 경제도 약 5천조원 손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