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 여성이 2주 전부터 피부가 노랗게 변해 간 기능 이상이 염려된다며 병원을 방문했다. 환자의 피부는 노란빛을 띠었고 손바닥, 발바닥과 팔꿈치가 특히 더 노랗게 보였다. 하지만 두 눈의 흰자위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흰색이었다. 이 환자의 피부색이 노랗게 변한 것은 간 기능 이상으로 인한 황달이 아니라 최근 자주 많이 먹은 감귤과 당근에 함유된 베타카로틴 때문이다.

베타카로틴은 강력한 항산화제로 암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고, 태양광에 의한 피부 손상과 주름, 검버섯 생성을 막아준다. 카로틴(carotene)은 식물성 색소인데, 당근을 뜻하는 라틴어 카로타(carota)가 어원이다. 베타카로틴은 당근 외에도 망고, 늙은호박, 고구마, 오렌지, 귤, 살구, 시금치 등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채소나 과일을 다량으로 섭취하면 혈중 베타카로틴 농도가 상승해 피부가 오렌지색으로 변하는 카로틴혈증이 나타날 수 있다. 채소 중 베타카로틴을 가장 많이 함유한 당근 100g에는 베타카로틴이 7.6㎎ 들어있는데, 2~3주 이상 하루 20㎎ 이상의 베타카로틴을 섭취하면 피부색이 눈에 띌 정도로 노랗게 변할 수 있다. 혈중 베타카로틴 농도가 과도하게 상승하면 베타카로틴이 손바닥, 발바닥, 팔꿈치, 무릎, 이마, 코끝 등 피부가 두꺼운 부위에 우선적으로 달라붙어 노란색으로 착색되는 것이다.

카로틴혈증은 식사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진단 가능하며, 혈중 카로틴 농도를 측정함으로써 확진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간염, 알코올성 간질환, 간경화, 담석증, 용혈성 빈혈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에서도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황달이 있으면 심할 경우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고, 소변 색깔이 진해지며, 심한 피로감과 구토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피부가 노랗게 변했더라도 눈 흰자위가 하얗고 다른 동반 증상이 없다면, 황달보다는 카로틴혈증일 가능성이 높다.

카로틴혈증은 위험한 질병이 아니다.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음식 섭취를 줄이기만 하면 노랗게 변한 피부색이 옅어지기 시작해 수개월 내에 정상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