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고하 막론' 대중이 아는 모든이들 인터뷰
준비없는 만남·돌직구 질문에 '긴급뉴스' 낚이기도
"래리 킹은 인터뷰의 예술 시대를 열었다.
"
영국 더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의 간판 토크쇼 진행자였던 래리 킹을 추모하며 이렇게 소개했다.
특히 자신의 50년 방송 인생을 돌아본 책 '놀라운 여정'(My Remarkable Journey)을 발간한 킹이 더타임스와 인터뷰 테이블에 앉았던 2009년을 떠올렸다.
킹은 당시 트레이드 마크인 멜빵을 한 채 "어려운 질문은 피하는 것 아니냐"는 독자의 의견에 정중하게 반박했다.
킹은 "나는 인터뷰에 나온 사람을 몰아붙이려고 하지 않는다"라며 "사려 깊은 질문을 던져 상대방이 어떤 인물인지, 어떤 말을 하려는지 알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또 "성공적인 인터뷰를 위해서는 4가지를 갖춘 사람이 나오면 좋다"라며 "열정이 있고, 자신의 성과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자기 비하도 할 줄 아는 유머 감각을 갖추고, 짜증도 내는 사람이라면 괜찮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게 대통령이든, 배관공, 건축가, 가수 누구든 이런 경향만 있다면 인터뷰는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킹은 미래의 저널리즘과 뉴미디어의 부정적 측면, TV 뉴스 진행자의 정치적 편향성 등에 우려를 나타냈으며 이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킹은 멜빵이 몇 개쯤 되느냐는 질문에는 "정확히 세보지는 않았지만 집과 사무실에 합쳐서 150개 정도 되는 것 같다.
청바지든 뭐든 바지를 사면 멜빵 단추를 꿰매 놓는다"고 답했다.
킹이 1985년∼2010년까지 진행해 명성을 얻은 '래리 킹 라이브'의 CNN도 그의 독특한 인터뷰 방식을 평가했다.
CNN은 킹이 정치인은 물론 연예계의 엘리자베스 테일러, 프랭크 시내트라, 브래드 피트, 알 파치노 등과 격의 없이 인터뷰 하던 모습을 내보냈다.
특히 말론 브랜도와는 가벼운 포옹이나 볼 키스가 아닌 입술에 작별의 키스를 나눠 회자했다고 전했다.
또 9·11 테러 직후에는 뉴욕의 현장에서 라이브를 진행하던 킹의 생전 모습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킹이 5만명을 인터뷰하는 동안 모든 분야의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대중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인물을 만났다고 평가했다.
여기에는 리처드 닉슨부터 모든 역대 미국 대통령, 세계 정상, 기업, 종교계는 물론 범죄와 재난 피해자, 심지어 미확인비행물체(UFO)와 기이한 현상의 전문가와 추종자들까지 망라했다.
킹은 '까칠한' 질문보다는 부드러운 질문을 선호하지만, 출연자 스스로 대형 이슈가 될 만한 답을 내놓는 인터뷰로 정평이 나 있다.
로스 페로는 지난 1992년 킹과의 인터뷰에서 깜짝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속보가 나오기도 했다.
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닉슨 전 대통령에게는 "워터게이트 옆을 지나가면 어떤 느낌이 드느냐"고 묻고,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레이건 전 대통령에게는 "뭔가 기억이 안나면 실망감이 드느냐"고 접근했다.
킹은 자신이 인터뷰 전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자랑삼아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책 발간 사실을 알리러 나온 인사에게 "책 내용이 뭐냐? 왜 쓴 것이냐?"라고 물어 자신을 지적으로 보이기 위해 포장하지 않았다고 한다.
킹은 지난 2015년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전투적으로 질문하면 상대방이 방어 태세를 갖추기 때문에 얻는 게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 87세인 킹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시더스 사이나이 의료센터에서 사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