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측 "재입금 지시한 적 없어"…고용당국 "처벌 근거 미약"
인천 운전학원, 체불임금 주고는 강사들에게 재입금 지시 의혹
고용당국 감사에서 임금 체불 사실이 적발된 인천의 한 대형 자동차 운전학원이 강사들에게 밀린 임금을 주고는 재입금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4일 고용당국 등에 따르면 중부고용노동청은 지난달 인천 한 자동차 운전학원에 시간제 강사들의 체불 임금을 지급하라며 시정 지시를 내렸다.

해당 학원은 강사 1명당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가량을 체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원에는 시간제 강사를 포함해 약 30명의 강사가 근무 중이다.

학원 측은 지난달 25일까지 체불 임금을 모두 지급하라는 시정 지시에 따르지 않다가, 이달 15일께 강사들의 계좌로 밀린 임금을 지급했다.

해당 날짜까지도 체불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고용당국 통보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학원 측이 밀린 임금을 지급한 직후인 15∼17일 강사들을 차례로 불러 "학원은 임금을 체불한 적이 없다"며 같은 금액을 재송금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강사들은 학원 이사 명의의 계좌 번호가 적힌 쪽지를 건네받았으며 대다수 강사가 돈을 다시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일부 강사의 계좌에서는 실제 학원 측이 입금한 체불 임금을 다음 날 그대로 다시 이체한 내역도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하니 관리자가 강사들을 하나씩 불러 자율적으로 돈을 다시 송금하되 보내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실제로는 급여에 계속 포함돼 나간 돈으로 서류에만 기재가 안 됐을 뿐이라고 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인천 운전학원, 체불임금 주고는 강사들에게 재입금 지시 의혹
같은 학원에 근무하다가 퇴직한 강사 이모(61)씨도 "퇴사 후 학원 측에서 송금한 급여 잔액과 실제 근무한 시간을 따져 보니 잔업수당이나 주휴수당이 모두 빠져 있었다"며 "최저시급도 지키지 않았을뿐더러 수습 기간이라던 첫 20일 동안은 아예 무급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학원에 근무하는 강사들이 대부분 은퇴자로 60∼70대 고령이고 법적인 내용을 잘 모르는 것을 노려 불리한 근로 조건을 요구하는 것 같다"며 "근로계약서에도 최저임금은 50분으로 계산하고 각종 수당도 거기에 모두 포함된다는 내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학원 이사는 "가령 계약서에 임금이 5천원이라고 적혔다면 실제로는 수당까지 포함해 6천원을 지급하는 등 임금을 체불한 적이 없다"며 "재입금을 지시한 적도 없고 아마 관리자가 '실제론 모든 임금을 준 것'이라고 설명하니 강사들이 알아서 돈을 보낸 것 같다"고 해명했다.

고용당국은 각종 서류와 근무 현황 등을 조사한 결과 학원 측이 임금을 체불한 게 맞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재송금 지시가 있었더라도 이를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중부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만약 학원 측이 돈을 재입금하라고 요구했다고 해도 강사들이 자진 반납하는 형태로 이뤄졌다면 노동법상으로는 처벌할 근거가 미약하다"며 "여러 사실관계를 토대로 (재송금이) 강사들의 자의가 아니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