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10시 36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도로에서 운전자가 의식을 잃었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A(67·여)씨는 당시 카니발 승용차를 몰던 남편 B(73·남)씨가 정신을 잃자 다급히 휴대전화를 들었다.
다행히 차량은 도로 한쪽에 정차된 상황이었고 A씨는 바깥으로 나와 인근 행인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그때 운전석에 홀로 남아있던 B씨가 의식이 불분명한 채로 차를 몰기 시작했고 도로 연석을 넘어 억새밭으로 돌진한 후에야 멈춰 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B씨가 자력으로 문을 열고 나올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 문이 잠긴 차량에서 그를 구조할 방법을 논의했다.
그러던 중 B씨의 '무의식 운전'이 다시 시작되며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억새밭에 있던 승용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해 도로로 향하더니 이번에는 방향을 틀어 역주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장에 있던 송도지구대 소속 임재찬 경장은 황급히 순찰차에 올라타 카니발 승용차를 쫓아갔다.
역주행 차량은 서행 중이었으나 교차로 진입을 불과 100여m 남겨두고 있었고 B씨가 언제 속도를 높일지 몰라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소방관들이 양옆으로 달리며 창문을 두들겨봤지만, 차량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운전대를 잡은 임 경장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마주 오는 차들을 향해 긴급 상황임을 알리는 동시에 약 200m를 달려 B씨의 차량을 앞질렀다.
임 경장은 그대로 브레이크를 밟았고 '쿵'하는 소리와 함께 카니발 차량이 멈춰 섰다.
그는 완전히 차량이 멈춘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임 경장은 "갑작스러운 상황이 벌어져 순간 당황했지만, 더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막아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며 "같이 출동한 김형걸 경장이 무전으로 도움을 줘서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상황에 놓인 경찰관이라면 누구나 저처럼 행동했을 것"이라며 "당시 상황에서 제 역할을 잘 해낸 것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무사히 구조된 B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기저질환이 있는 B씨는 당시 순간적으로 건강이 악화하면서 인사불성 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의 가족은 사고 이후 송도지구대로 연락해 추가 교통사고를 예방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경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공직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B씨가 무사히 치료를 받아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