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실물·자산 디커플링의 역습 경계할 때
코스피지수가 2007년 3월 31일 2000을 돌파한 지 13년6개월 만인 지난 6일에 장중 3000을 넘겼다. 코스피지수는 1980년 1월 4일에 100으로 시작한 이후 9년 만인 1989년에 1000을 달성했고, 그후 2000을 돌파하는 데 18년이 걸렸다. 지난해 3월에 코로나 쇼크로 인해 사이드카까지 발동되면서 최저점 1457까지 곤두박질쳤던 것을 고려하면 1년도 안돼 주가상승률이 100%를 넘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대부분의 증권사와 투자기관들이 올해 주가가 3200에서 3300까지 가능하다는 수정 전망치를 제시, 당분간 상승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주가가 빠르게 오르는 것은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막대한 재정지출과 무관치 않다. 장기적으로 유지돼 온 저금리 기조와 지속적인 복지정책 강화를 통해 정부지출은 확대일로를 걸어왔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쇼크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재정지원금을 살포했다. 이렇게 넘치는 유동성의 투자처를 찾는 가운데 선택한 것이 주식시장이다. 거듭되는 정책 실패로 주택가격이 폭등하면서, 다수의 개인투자자가 부동산 대체투자에 접근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한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말 현재 거래대금 기준으로 67.6%다. 작년 3월에 주가가 최저점을 치자 개인투자자들은 불투명한 미래와 회복되지 않는 고용시장을 보면서 자산을 증식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외국인·기관투자가의 매도 물량을 다 받아내면서 주가를 떠받친 결과 코스피지수 3000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볼 수 있는 투자자 예탁금이 지난 5일 기준 사상 최대치인 69조원을 넘어섰고, 개인이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20조원에 이른다.

다른 사람이 사면 나도 덩달아 사는 소비행위를 일컫는 ‘편승효과’와 세상의 흐름에 자신만 제외되고 있다는 심리적 공포감을 의미하는 ‘포모증후군’(FOMO syndrome)이 작용하면서 20대, 30대도 빚을 내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는 광풍이 나타나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자산가치는 연일 상승하고 있는 반면 실물경제의 앞날은 험난하다. 코로나 쇼크로 인해 내수침체가 장기화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서 고용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부채로 연명하고 있는 가계와 자영업자의 원금·이자 상환유예기간이 끝나면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각종 지표가 경고음을 울리고 있는 부채 수준하에서 실물경기와 괴리된 자산시장의 가격 급등은 ‘거품’ 가능성이 있고, 작은 충격에도 경제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목격한 바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증시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버핏지수가 지난해 123.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버핏지수가 70~80% 수준이면 저평가된 증시로 판단해 주식을 사들이고, 100% 이상이면 거품이 낀 것으로 판단해 주식을 팔아 위험을 낮추는 지표로 사용된다. 세계 증시의 버핏지수가 100%를 초과한 시기가 2000년, 2008년, 2018년이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상승세를 주도한 반도체·정보기술(IT) 업종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와 향후 금리 추이 그리고 환율 변화에 따라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개인투자자의 저항으로 정부가 주춤하고 있지만, 예정대로 3월부터 공매도가 재개된다면 증시가 조정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실물시장이 동행하지 못하는 자산시장 호황의 끝이 해피엔딩일 수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성적 투자행위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