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P-107 b 핵 지구 질량 4배 안 돼…대형 가스 행성 더 쉽게 형성 시사
지구에서 약 212광년 떨어진 처녀자리의 외계행성 'WASP-107 b'는 크기는 목성에 달하는 대형 가스행성이지만 질량은 목성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초저밀도 행성이다.

이런 행성은 몸집과 비교해 아주 가볍다고 해 '솜사탕' 행성으로도 불리는데, WASP-107 b를 통해 대형 가스 행성을 만드는데 필요한 행성 내부의 핵이 지금까지 여겨지던 것보다 훨씬 작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목성과 같은 대형 가스행성이 되려면 고체 핵이 지구 질량의 10배는 넘어야 원시행성 원반에서 충분한 가스를 끌어모으고 대기를 유지할 수 있는 중력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WASP-107 b의 핵이 지구 질량의 4배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나 대형 가스 행성이 이전 기준보다 훨씬 더 작은 핵을 통해서도 쉽게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캐나다 몬트리올대학(UdeM)에 따르면 이 대학 천체물리학 교수 비요른 베네케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WASP-107 b 행성의 내부 구조를 연구해 얻은 이런 결과를 국제학술지 '천문학 저널'(Astronomical Journal) 최신호에 발표했다.

WASP-107 b는 지난 2017년 항성을 태양~지구 거리의 16분의 1밖에 안 되는 짧은 거리에서 5.7일의 공전 주기로 돌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

크기는 목성과 맞먹지만, 질량은 10분의 1에 불과해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 중에서 밀도가 가장 낮은 행성 중 하나로 꼽혀왔다.

연구팀은 하와이 켁 천문대의 고해상도에셀분광기(HIRES)를 이용해 약 4년간 시선속도 방법으로 행성의 중력에 따른 별빛의 흔들림을 측정해 WASP-107 b의 질량이 목성의 10분의 1, 지구 질량의 약 30배에 이르는 것을 재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초저밀도 행성을 형성할 수 있는 행성 내부 구조를 검토한 끝에 WASP-107 b의 고체 핵이 지구 질량의 4배를 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는 행성 질량의 85% 이상이 핵을 둘러싼 가스층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질량이 이 행성의 1.8배인 해왕성은 가스층 질량이 5~15%밖에 안 돼 WASP-107 b와는 정반대 구조를 갖고있다.

태양계 내 목성과 토성을 토대로 한 대형 가스행성 형성 모델은 지구 질량 10배가 넘는 고체 핵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으로 돼 있다.

행성의 핵이 이 기준을 넘지 못하면 가스와 먼지로 된 원시행성 원반으로부터 충분한 가스를 끌어들여 축적하고, 가스 대기를 유지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WASP-107 b는 고체 핵이 지구 질량의 4배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기준이 흔들리게 됐다.

연구팀은 WASP-107 b가 항성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원시행성 원반에서 차가운 가스로 급속히 형성된 뒤 다른 행성이나 원반과의 중력 작용으로 현재 위치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가장 유력한 행성 형성 시나리오 중 하나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목성의 3분의 1에 달하는 질량을 가진 행성 WASP-107 c를 추가로 발견해 이런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이 두 번째 행성은 공전주기가 약 3년에 달하고 원이 아닌 타원형 궤도를 갖고있다.

논문 제1 저자인 몬트리올대학 외계행성연구소(iREx)의 박사과정 대학원생 카롤린 퓰레는 "WASP-107 c는 이 행성계에서 과거에 벌어진 일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면서 "이 행성의 높은 이심률(0.28·타원형 궤도)은 WASP-107 b와 같은 행성의 이동을 초래할 수 있는 행성 간 상호작용의 상당히 혼란스러운 과거를 시사하고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지난 2018년 허블 우주망원경을 이용한 관측에서 풍부해야 할 메탄가스가 적은 것으로 나타난 것도 풀리지 않는 의문 중의 하나라면서, 올해 말에 차세대 '제임스 웨브 우주 망원경'(JWST)이 발사돼 관측이 이뤄지면 행성의 대기 구성에 관한 정확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