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골드버그 "美·유럽 경제, 늦여름부터 V자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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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단독 인터뷰
피넬로피 골드버그 전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증시·부동산 등 모두 상승"
고용 회복은 더딜 것…"백신이 국가별 희비 가를 듯"
"원격학습이 불평등 부추겨…저소득층, 취업도 불리"
피넬로피 골드버그 전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증시·부동산 등 모두 상승"
고용 회복은 더딜 것…"백신이 국가별 희비 가를 듯"
"원격학습이 불평등 부추겨…저소득층, 취업도 불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중 원격 학습 등에서 뒤처진 학생들이 추후 취업 경쟁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불평등이 지속되는 걸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공격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피넬로피 골드버그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58)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작년 3월까지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골드버그 교수는 “사회 시스템 측면에서 이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며 “양극화를 뜻하는 K자형 경제의 양상 역시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예컨대 정보기술(IT) 및 전자상거래 부문은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이 끝나더라도 호황을 누리겠지만 상당수 현장 서비스 업종은 여전히 존폐를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경제에 대해선 비교적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당초 예상보다는 더디지만 코로나 백신이 계속 보급되고 있는 만큼 올 여름 끝무렵부터 전염병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억눌린 상품 및 서비스 수요를 감안할 때 경기 회복 속도가 매우 빠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특히 증시와 부동산, 자동차 등 실물 경제가 활황을 보일 것이란 진단이다. 유럽 역시 미국과 비슷한 회복 경로를 보일 것으로 봤다.
다만 골드버그 교수는 “경기가 급속히 회복한다고 해서 코로나 기간 중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모두 구원을 받을 것이란 의미는 아니다”고 부연했다. 코로나 이전의 실업률(작년 2월 기준 3.5%)로 복귀하기엔 갈 길이 멀 것이란 얘기다.
국가별로는 코로나 확산 정도나 백신 보급 속도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백신 보급이 가장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중남미 국가의 경우 올해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백신 보급 속도는 느리지만 코로나 타격이 심하지 않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의 회복은 가시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중 갈등과 관련해선 세계 경제를 위해 빨리 타협점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골드버그 교수는 “미·중 사이엔 지식 재산권과 기술 이전, 국영 기업, 시장 접근성 등 갈등을 빚고 있는 이슈가 많다”며 “두 강대국 간 대립이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승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에선 두 나라 대립이 정부 주도형에서 민간 주도형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버그 교수는 중국을 겨냥해 “선진국의 전철을 밟아야 그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처와 불평등 해소, 인적 자본 투자, 기술 혁신 장려 등 과거 서방 국가들이 취했던 발전 단계를 밟아야 중국이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일 출범하는 바이든 정부에 대해선 “보호무역주의와 반이민 등 국수주의적 정책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국제 공조가 깨졌고 냉전 시대 분위기가 재연됐다”며 “바이든은 다시 외교적인 수단을 활용하고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방식으로 국제 사회에서 무너진 미국의 위상을 복원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성장·분배 논쟁과 관련해선 “이제 성장과 분배는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골드버그 교수는 “한국은 빠른 시간 내 빈곤 문제를 해결한 매우 놀라운 나라”라며 “경제 성장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분배 정책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산업 투자를 확대하는 녹색 성장 모델을 예로 들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백신이 얼마나 빨리 배포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경기 회복이 코로나 통제 여부에 좌우된다는 것이죠.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백신을 보급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초기 물류 문제가 발생하면서 백신 접종 속도가 예상보다 느립니다. 신흥 시장 중 중남미의 경우 빠른 시일 내 코로나 통제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경기 회복도 늦어질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상황은 상대적으로 나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국의 실물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은데요.
“미국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타려면 늦여름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때쯤 코로나 사태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유럽 역시 비슷한 회복 경로를 보일 겁니다. 그동안 상품 및 서비스 수요가 억눌렸다는 걸 감안할 때 그 이후 경제 회복 속도는 매우 빠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 가을이면 정상 궤도에 안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고용입니다. 경기가 회복세를 탄다고 해서 실업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모두 구원해 준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미 정부와 중앙은행(Fed)이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자산 시장은 호황을 보였습니다. 올해도 계속될까요.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놀라운 효과를 냈습니다. 올해 역시 주식 시장은 강세를 유지하고, 교외 주택 및 자동차 시장 역시 활황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의 중·장기적 영향이 걱정스럽습니다. 팬데믹 기간 중 일자리를 잃었거나 자영업 문을 닫은 사람들의 고통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죠. 종전에도 목격됐던 사회 불평등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더 확대될 겁니다.”
▷양극화를 뜻하는 ‘K자형 회복’에 대한 우려가 작년에도 많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양극화가 워낙 커졌기 때문에 이제 코로나 시대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합니다. 기술 기업과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호황을 누렸지만 서비스업과 식당, 일반 상점들은 전멸되다시피 했습니다. 더구나 사회 구조가 바뀌었습니다. 팬데믹 기간에 문을 닫은 수많은 소매 상점과 식당은 다시 문을 열지 못할 겁니다. 재택 근무는 일상이 될 것이고, 사람들은 굳이 사무실로 나가지 않을 겁니다. 회사에선 현장 서비스 일자리를 없애려 할 겁니다.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죠.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원격 학습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은 교육 성취도 면에서 더 뒤처졌을 게 분명합니다. 장기적인 취업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성의 노동 참여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셨는데, 팬데믹 기간 중 변화가 있었다면.
“코로나 사태로 가장 타격을 입은 쪽은 여성입니다. 여성들의 노동 시장 참여가 많이 감소했습니다. 재택 근무로 전환됐던 여성들이라도 추가적인 육아 의무를 져야 했습니다. 팬데믹 기간 중 여성들이 입은 생산성 소실은 앞으로 수 년간 이들의 경쟁력을 후퇴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상황을 보완할 방법이 있나요.
“코로나 사태로 다양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공격적인 정책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이 어려운 기간에 입은 손실이 영구적인 게 되지 않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합의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올해 중국 경제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중국은 작년에도 코로나 피해를 상대적으로 적게 입었습니다. 경제가 이미 회복 중이고 올해 더 빠르게 성장할 겁니다.”
▷장기적으로도 중국 경제를 좋게 보시나요.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중국은 지난 수십년간 괄목할 만한 경제 발전을 보여줬습니다. 빈곤 문제를 해결했지요. 하지만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서구의 선진국이 밟았던 전철을 따를 필요가 있습니다. 기후 변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회 불평등 해소를 추진하며, 중산층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줘야 합니다. 인적 자본에 더 투자하고 기술 혁신을 장려해야 합니다.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지난 몇 년 간 수출 위주형 경제에서 벗어나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해 왔습니다. 미국 등과의 긴장 관계를 감안할 때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미·중 갈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만.
“미·중 갈등이 약화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두 나라 사이엔 지식 재산권과 기술 이전, 국영 기업, 시장 접근성 등 갈등 지점이 많습니다. 바이든 정부에선 두 나라 간 대립이 정부 주도형에서 민간 주도형으로 점차 바뀔 것이라고 봅니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면 두 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단기적으로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는 중국의 수출품 제조를 일부 대체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경제 성장과 분배 사이에서 어느 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게 타당한 지에 대한 논의가 많습니다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선진 경제로 전환했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초기 개발 단계에선 성장이야말로 정책의 핵심 축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빈곤 문제를 거의 해결한 나라입니다.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야 합니다. 자원의 공정한 배분과 수명, 의료, 공기 및 수질, 유휴 시간 등의 지표를 중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성장과 분배가 꼭 충돌하는 개념도 아닙니다. 예컨대 녹색 성장의 경우 양쪽을 아우르는 개념이죠.” ▷코로나 팬데믹 초기만 해도 개발도상국에서 채무불이행 쓰나미가 발생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지만 현실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기에 동의하시나요.
“그렇습니다. 각국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럽습니다만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낫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는 당초 기대를 크게 넘어섰습니다. 선진 경제들보다 좋다고도 얘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남미 국가들은 다른 대륙과 달리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개도국의 타격이 전반적으로 덜했던 이유가 무엇인가요.
“작년 초 글로벌 자본이 개도국을 빠져 나갔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보건 위기가 첫 번째였고, 원유 가격 급락이 두 번째였습니다. 두 번째 원인은 부분적으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간 담합의 붕괴 때문이기도 했지요. 이런 측면에서 (단기적) 자본 유출이 과거 유가 급등락 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근본적인 상황 변화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유럽의 공격적인 통화 정책이 글로벌 자금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G20(주요 20개국)과 중국은 작년 73개 저소득 국가들이 갖고 있는 채무의 상환 시기를 유예하는 조치(DSSI)를 취했습니다. 개도국 경제 전문가로서 이런 조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DSSI는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부채가 많은 개도국 입장에선 부유한 국가의 지원이 시작됐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었지요. 하지만 신용등급 강등 우려로 실제 이 조치의 혜택을 본 채무국은 거의 없습니다. DSSI 자체는 좋은 방향이지만 상당수 개도국이 직면하고 있는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엔 충분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소득 국가를 제외한) 저소득 국가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습니다. 민간 부문의 채무도 다루지 않았습니다. 좀 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최소한 민간 영역이 채무 재협상에 참여하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외교 및 경제 정책의 공과를 평가해 주세요.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정권 초기만 해도 트럼프의 과격한 수사(rhetoric)들이 여러 당사자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가 현실화됐습니다. 국제 공조가 깨졌고 냉전 시대 분위기가 재연됐지요.”
▷곧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합니다. 역점을 둬야 할 사안이 있다면.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했더라도) 의회 입법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계획을 실행하는 데는 난관이 있을 겁니다. 따라서 집권 초기엔 행정명령을 통한 정책 변화 시도가 많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 무대에서 무너진 미국의 위상을 복원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와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건설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다만 기적을 기대해선 안 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에 변화를 줘야 할까요.
“그동안 다자주의가 진화해온 방식에서 좌절감을 맛본 게 사실입니다. 미국과 중국, 또 미국과 유럽은 여러 사안을 놓고 갈등을 겪었습니다. 하루 아침에 해결하기 어려울 겁니다. 이제는 국제 외교적 수단을 사용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해결을 모색해야 합니다. 바이든 정부는 (멕시코 등과의) 국경 폐쇄 유혹에 저항하고,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및 반이민 정책을 뒤집을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도전적인 환경에 직면해 있습니다. 내수만 생각하거나 과거로 돌아가선 난관을 헤쳐나갈 수 없습니다.”
▷세계은행이 연례 ‘기업 환경 조사’ 보고서를 작성할 때 중국 등 일부 국가의 압력을 받았다는 내부 감사 보고서가 최근 공개됐습니다.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할 때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여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습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경제학 학사
△스탠퍼드대 경제학 석·박사
△컬럼비아·프린스턴·예일대 교수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경제측정협회 회장(2021년)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피넬로피 골드버그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58)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작년 3월까지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골드버그 교수는 “사회 시스템 측면에서 이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며 “양극화를 뜻하는 K자형 경제의 양상 역시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예컨대 정보기술(IT) 및 전자상거래 부문은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이 끝나더라도 호황을 누리겠지만 상당수 현장 서비스 업종은 여전히 존폐를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경제에 대해선 비교적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당초 예상보다는 더디지만 코로나 백신이 계속 보급되고 있는 만큼 올 여름 끝무렵부터 전염병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억눌린 상품 및 서비스 수요를 감안할 때 경기 회복 속도가 매우 빠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특히 증시와 부동산, 자동차 등 실물 경제가 활황을 보일 것이란 진단이다. 유럽 역시 미국과 비슷한 회복 경로를 보일 것으로 봤다.
다만 골드버그 교수는 “경기가 급속히 회복한다고 해서 코로나 기간 중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모두 구원을 받을 것이란 의미는 아니다”고 부연했다. 코로나 이전의 실업률(작년 2월 기준 3.5%)로 복귀하기엔 갈 길이 멀 것이란 얘기다.
국가별로는 코로나 확산 정도나 백신 보급 속도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백신 보급이 가장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중남미 국가의 경우 올해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백신 보급 속도는 느리지만 코로나 타격이 심하지 않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의 회복은 가시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중 갈등과 관련해선 세계 경제를 위해 빨리 타협점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골드버그 교수는 “미·중 사이엔 지식 재산권과 기술 이전, 국영 기업, 시장 접근성 등 갈등을 빚고 있는 이슈가 많다”며 “두 강대국 간 대립이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승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에선 두 나라 대립이 정부 주도형에서 민간 주도형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버그 교수는 중국을 겨냥해 “선진국의 전철을 밟아야 그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처와 불평등 해소, 인적 자본 투자, 기술 혁신 장려 등 과거 서방 국가들이 취했던 발전 단계를 밟아야 중국이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일 출범하는 바이든 정부에 대해선 “보호무역주의와 반이민 등 국수주의적 정책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국제 공조가 깨졌고 냉전 시대 분위기가 재연됐다”며 “바이든은 다시 외교적인 수단을 활용하고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방식으로 국제 사회에서 무너진 미국의 위상을 복원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성장·분배 논쟁과 관련해선 “이제 성장과 분배는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골드버그 교수는 “한국은 빠른 시간 내 빈곤 문제를 해결한 매우 놀라운 나라”라며 “경제 성장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분배 정책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환경 산업 투자를 확대하는 녹색 성장 모델을 예로 들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골드버그 전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전문
▷올해 세계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요.“백신이 얼마나 빨리 배포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경기 회복이 코로나 통제 여부에 좌우된다는 것이죠.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백신을 보급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초기 물류 문제가 발생하면서 백신 접종 속도가 예상보다 느립니다. 신흥 시장 중 중남미의 경우 빠른 시일 내 코로나 통제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경기 회복도 늦어질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상황은 상대적으로 나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국의 실물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은데요.
“미국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타려면 늦여름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때쯤 코로나 사태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유럽 역시 비슷한 회복 경로를 보일 겁니다. 그동안 상품 및 서비스 수요가 억눌렸다는 걸 감안할 때 그 이후 경제 회복 속도는 매우 빠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 가을이면 정상 궤도에 안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고용입니다. 경기가 회복세를 탄다고 해서 실업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모두 구원해 준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미 정부와 중앙은행(Fed)이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자산 시장은 호황을 보였습니다. 올해도 계속될까요.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놀라운 효과를 냈습니다. 올해 역시 주식 시장은 강세를 유지하고, 교외 주택 및 자동차 시장 역시 활황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의 중·장기적 영향이 걱정스럽습니다. 팬데믹 기간 중 일자리를 잃었거나 자영업 문을 닫은 사람들의 고통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죠. 종전에도 목격됐던 사회 불평등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더 확대될 겁니다.”
▷양극화를 뜻하는 ‘K자형 회복’에 대한 우려가 작년에도 많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양극화가 워낙 커졌기 때문에 이제 코로나 시대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합니다. 기술 기업과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호황을 누렸지만 서비스업과 식당, 일반 상점들은 전멸되다시피 했습니다. 더구나 사회 구조가 바뀌었습니다. 팬데믹 기간에 문을 닫은 수많은 소매 상점과 식당은 다시 문을 열지 못할 겁니다. 재택 근무는 일상이 될 것이고, 사람들은 굳이 사무실로 나가지 않을 겁니다. 회사에선 현장 서비스 일자리를 없애려 할 겁니다.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죠.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원격 학습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은 교육 성취도 면에서 더 뒤처졌을 게 분명합니다. 장기적인 취업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성의 노동 참여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셨는데, 팬데믹 기간 중 변화가 있었다면.
“코로나 사태로 가장 타격을 입은 쪽은 여성입니다. 여성들의 노동 시장 참여가 많이 감소했습니다. 재택 근무로 전환됐던 여성들이라도 추가적인 육아 의무를 져야 했습니다. 팬데믹 기간 중 여성들이 입은 생산성 소실은 앞으로 수 년간 이들의 경쟁력을 후퇴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상황을 보완할 방법이 있나요.
“코로나 사태로 다양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공격적인 정책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이 어려운 기간에 입은 손실이 영구적인 게 되지 않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합의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올해 중국 경제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중국은 작년에도 코로나 피해를 상대적으로 적게 입었습니다. 경제가 이미 회복 중이고 올해 더 빠르게 성장할 겁니다.”
▷장기적으로도 중국 경제를 좋게 보시나요.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중국은 지난 수십년간 괄목할 만한 경제 발전을 보여줬습니다. 빈곤 문제를 해결했지요. 하지만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서구의 선진국이 밟았던 전철을 따를 필요가 있습니다. 기후 변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사회 불평등 해소를 추진하며, 중산층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줘야 합니다. 인적 자본에 더 투자하고 기술 혁신을 장려해야 합니다.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지난 몇 년 간 수출 위주형 경제에서 벗어나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해 왔습니다. 미국 등과의 긴장 관계를 감안할 때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미·중 갈등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만.
“미·중 갈등이 약화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두 나라 사이엔 지식 재산권과 기술 이전, 국영 기업, 시장 접근성 등 갈등 지점이 많습니다. 바이든 정부에선 두 나라 간 대립이 정부 주도형에서 민간 주도형으로 점차 바뀔 것이라고 봅니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면 두 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단기적으로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는 중국의 수출품 제조를 일부 대체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경제 성장과 분배 사이에서 어느 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게 타당한 지에 대한 논의가 많습니다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선진 경제로 전환했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초기 개발 단계에선 성장이야말로 정책의 핵심 축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빈곤 문제를 거의 해결한 나라입니다.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야 합니다. 자원의 공정한 배분과 수명, 의료, 공기 및 수질, 유휴 시간 등의 지표를 중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성장과 분배가 꼭 충돌하는 개념도 아닙니다. 예컨대 녹색 성장의 경우 양쪽을 아우르는 개념이죠.” ▷코로나 팬데믹 초기만 해도 개발도상국에서 채무불이행 쓰나미가 발생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지만 현실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기에 동의하시나요.
“그렇습니다. 각국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럽습니다만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낫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는 당초 기대를 크게 넘어섰습니다. 선진 경제들보다 좋다고도 얘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남미 국가들은 다른 대륙과 달리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개도국의 타격이 전반적으로 덜했던 이유가 무엇인가요.
“작년 초 글로벌 자본이 개도국을 빠져 나갔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보건 위기가 첫 번째였고, 원유 가격 급락이 두 번째였습니다. 두 번째 원인은 부분적으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간 담합의 붕괴 때문이기도 했지요. 이런 측면에서 (단기적) 자본 유출이 과거 유가 급등락 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근본적인 상황 변화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유럽의 공격적인 통화 정책이 글로벌 자금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G20(주요 20개국)과 중국은 작년 73개 저소득 국가들이 갖고 있는 채무의 상환 시기를 유예하는 조치(DSSI)를 취했습니다. 개도국 경제 전문가로서 이런 조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DSSI는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부채가 많은 개도국 입장에선 부유한 국가의 지원이 시작됐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었지요. 하지만 신용등급 강등 우려로 실제 이 조치의 혜택을 본 채무국은 거의 없습니다. DSSI 자체는 좋은 방향이지만 상당수 개도국이 직면하고 있는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엔 충분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소득 국가를 제외한) 저소득 국가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습니다. 민간 부문의 채무도 다루지 않았습니다. 좀 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최소한 민간 영역이 채무 재협상에 참여하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외교 및 경제 정책의 공과를 평가해 주세요.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정권 초기만 해도 트럼프의 과격한 수사(rhetoric)들이 여러 당사자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가 현실화됐습니다. 국제 공조가 깨졌고 냉전 시대 분위기가 재연됐지요.”
▷곧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합니다. 역점을 둬야 할 사안이 있다면.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했더라도) 의회 입법을 필요로 하는 대규모 계획을 실행하는 데는 난관이 있을 겁니다. 따라서 집권 초기엔 행정명령을 통한 정책 변화 시도가 많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 무대에서 무너진 미국의 위상을 복원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와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건설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다만 기적을 기대해선 안 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에 변화를 줘야 할까요.
“그동안 다자주의가 진화해온 방식에서 좌절감을 맛본 게 사실입니다. 미국과 중국, 또 미국과 유럽은 여러 사안을 놓고 갈등을 겪었습니다. 하루 아침에 해결하기 어려울 겁니다. 이제는 국제 외교적 수단을 사용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해결을 모색해야 합니다. 바이든 정부는 (멕시코 등과의) 국경 폐쇄 유혹에 저항하고,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및 반이민 정책을 뒤집을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도전적인 환경에 직면해 있습니다. 내수만 생각하거나 과거로 돌아가선 난관을 헤쳐나갈 수 없습니다.”
▷세계은행이 연례 ‘기업 환경 조사’ 보고서를 작성할 때 중국 등 일부 국가의 압력을 받았다는 내부 감사 보고서가 최근 공개됐습니다.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할 때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여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습니다.”
피넬로피 골드버그는 누구
피넬로피 골드버그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58)는 그리스 출신으로, 2018년 11월부터 작년 3월까지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세계은행 내 모든 경제 분석 및 연구를 총괄하는 자리다. 여성으로선 세계은행 역사상 두 번째였다. 역대 수석 이코노미스트로는 스탠리 피셔 전 이스라엘중앙은행 총재,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조셉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 등이 있다.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가 골드버그 뒤를 잇고 있다. 2011년부터 7년 간 경제학 저널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 편집위원장을 겸임했다. 개발도상국 경제 연구가 전문 분야다. 최근엔 미국 보호무역주의 및 빈곤 문제 등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독일 프라이부르크대 경제학 학사
△스탠퍼드대 경제학 석·박사
△컬럼비아·프린스턴·예일대 교수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경제측정협회 회장(2021년)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