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쓰레기↑…제로 웨이스트·착한소비 운동 동참해야

제주도민 A(42)씨는 얼마 전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려다 아내와 실랑이를 벌였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제주 쓰레기 함께 줄여요"
일회용품 사용도 줄일 겸 냄비를 들고 가서 받아오라는 아내의 말에 벌컥 화를 냈던 것이다.

A씨는 아내에게 "너무 유난을 떤다.

우리가 이런다고 달라질 게 뭐냐"며 "편하게 그냥 집에서 시켜 먹자"고 핀잔했다.

그러자 아내와 딸이 한꺼번에 "당신, 아빠 같은 사람들 때문에 환경이 이렇게 된 것"이라며 "우리부터 좀 바꾸자"고 힐난했다.

할 말은 없는 A씨는 냄비를 들고 가서 음식을 받아올 수밖에 없었다.

A씨의 가족은 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 소비도 줄이고 있다.

유행이 지났거나 낡아 보기가 싫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은 버리지 않고 가급적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하고 있다.

일명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는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착한소비'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제주 쓰레기 함께 줄여요"
A씨의 아내 B(43)씨는 "간혹 주변을 보면 여전히 일회용 컵을 고집하는 사람들,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면서도 싫증이 났다며 두세 달에 한 번꼴로 텀블러를 바꾸는 사람들도 있다"며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지금 당장 나부터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쓰레기 분리배출을 제대로 실천하려다가 애를 먹는 사례도 많다.

도민 C(47·여)씨는 최근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다 분통을 터뜨렸다.

페트병, 유리병, 각종 플라스틱 포장 재료의 재활용을 위해 상표를 떼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B씨는 "제주도 쓰레기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고 해서 쓰레기를 올바로 배출하기 위해 일일이 라벨을 떼고 깨끗이 씻어 배출하려 하지만, 접착제 때문에 상표를 떼는 일이 절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라벨을 떼 버리라고 가정에만 강요할 게 아니라 쉽게 뗄 수 있는 라벨을 붙이도록 기업에도 강제하고, 포장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제주 쓰레기 함께 줄여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택배와 음식 배달 주문 증가로 플라스틱·비닐류 등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제주에서 지난해 하루 평균 배출된 생활폐기물은 1천173t(잠정치)이다.

이 중 재활용쓰레기가 781.3t(66.6%)으로 가장 많고 이어 소각쓰레기 350.1t(29.8%), 매립쓰레기 41.6t(3.5%) 순으로 나타났다.

소각쓰레기와 매립쓰레기는 2019년보다 각각 9.5%, 57.5% 줄었지만, 일회용품 사용이 늘면서 재활용쓰레기는 3.5%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전체 생활폐기물은 전년 생활폐기물 1천239.7t(잠정치)보다 66.7t(5.4%)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33% 줄었으나 쓰레기 배출 감소 폭은 관광객이 줄어든 비율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활폐기물 증가의 원인을 관광객 증가 탓으로만 돌릴 수 없고, 역으로 도민들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통계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제주 쓰레기 함께 줄여요"
제주도와 환경단체는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줄었지만, 관광객과 관광산업체에서 배출하는 쓰레기도 많고, 제주도민들이 배출하는 쓰레기양 역시 만만치 않다"며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관광객과 도민들의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도내 생활폐기물은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했다.

제주에서 하루 평균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은 2011년 764.7t에서 2020년 1천173t(잠정치)으로 10년 사이 53.4%가량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제주도 하루 평균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11년 764.7t, 2012년 861.9t, 2013년 984.2t, 2014년 976.2t, 2015년 1천162.3t, 2016년 1천305.3t, 2017년 1천312.1t, 2018년 1천313.9t 2019년 1천239.7t(잠정치) 등이다.

대부분의 도내 쓰레기매립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2019년에는 제주의 압축 쓰레기를 필리핀 등 다른 지역으로 반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제주 쓰레기 함께 줄여요"
◇ 올바른 재활용 방법은 "깨끗이 비우고 분리"
페트병과 유리병, 비닐 등을 분리해 버렸다고 해서 다 재활용되는 것이 아니다.

음식물이 묻은 상태에서 그대로 버리거나 상표를 떼지 않고 버리면 재활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존 배출된 재활용품에 음식물이 묻어 재활용을 어렵게 만든다.

재활용품 분리배출의 요령은 간단하다.

페트병 등 플라스틱 용기는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고, 상표 등 다른 재질로 된 부분을 떼어 낸 뒤 꾹 눌러 배출해야 한다.

비닐류와 스티로폼(발포합성수지)도 마찬가지다.

이물질이 묻은 경우 씻어서 배출하되 이물질 제거가 어려우면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금속 캔류는 플라스틱이 섞여 있다면 분리해서 재질별로 분리하고, 다 쓴 살충제·부탄가스의 경우 안에 가스가 남아 폭발 우려가 있기 때문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배출해야 한다.

종이류인 경우 다 같은 종이로 보이지만 서로 다른 공정을 거쳐 다른 재활용품으로 태어난다.

예를 들어 폐지는 종이로 재탄생 돼 노트로, 우유 팩이나 종이컵은 두루마리 화장지나 갑 티슈로 재활용되므로 용도에 맞게 폐지와 우유 팩 등을 따로따로 묶어 배출하면 좋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