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실국장 출신 장관 다수…전현철 당 경제정책실장이 내각 부총리 겸직
"보건위기 적극 대응 못해"…코로나 사태 속 오춘복 보건상도 교체

북한이 내각 인사를 대대적으로 단행하면서 테크노크라트(전문 관료) 출신들을 중용했다.

현장 경험이 많은 실무진 중심으로 내각을 꾸려 경제난을 돌파해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북한, 잔뼈굵은 관료 중심으로 내각 재구성…경제난 타개 노린다(종합)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한 북한 내각 개편 내용을 보면 경제 관련 부처에서 오래 실무를 맡았던 부상(차관 해당)이나 실·국장 출신이 이번에 상(장관)으로 임명된 경우가 많았다.

부총리 겸 농업상으로 임명된 주철규는 농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2008년 농업성 처장을 거쳐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농업성 국장을 지냈다.

지난해 1월부터는 황해남도 농촌경리위원장을 맡는 등 농업 분야에서 장기간 일해왔다.

당대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된 박정근 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장 역시 2004년에는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 2019년부터는 제1부위원장을 역임하며 차근차근 올라온 이력이 있다.

장춘성 신임 철도상은 철도성 부상 출신이다.

북한 매체에서 2012년부터 등장했으니 최소 9년간은 철도성 부상으로 일해왔다.

김유일 전력공업상도 전력공업성 부상 출신이며 리혁권 국가건설감독상은 해당 성 국장으로 일했다.

북한, 잔뼈굵은 관료 중심으로 내각 재구성…경제난 타개 노린다(종합)
경제 부처 간 자리를 옮긴 경우도 있다.

장경일 경공업상은 철도성 국장 출신이며, 김철수 채취공업상은 직전까지 국가자원개발상이었다.

사회부처에서도 테크노크라트가 약진했다.

리국철 김일성종합대학 총장 겸 교육위원회 고등교육상은 김일성종합대학 1부 총장 출신이다.

승정규 문화상은 문화성 부국장, 최경철 보건상은 보건성 부국장 출신으로 추정된다.

내각 부총리 명단에 이름을 새로 올린 리성학과 박훈은 각각 경공업상과 건설건재공업상을 맡은 바 있다.

전현철 노동당 경제정책실장(장관급)이 내각 부총리로 임명되면서 북한이 경제 정책에 얼마나 방점을 찍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당 경제정책실은 이번 당대회에서 처음 공개된 전문부서로, 남측의 청와대 정책실에 비견된다.

오춘복 보건상이 물러난 것도 눈에 띈다.

오 보건상은 2019년 4월 임명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채 2년도 안 돼 교체됐다.

최고인민회의 예산위원회는 보고에서 "일부 경제지도 일꾼(간부)들은 당의 의도에 맞게 자체 생산력을 최대한 증대시키기 위한 경제작전을 책략적으로 전개하지 못한 결과 세계적인 보건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국가 예산집행에 적지 않은 지장을 줬다"고 지적했다.

그간 코로나19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다며 방역 성과를 선전해 왔지만, 실제 방역 자금 마련 등 내부적으로 어려움이 컸고 문제도 많았음을 시인하고, 그 책임을 물어 보건상을 교체한 셈이다.

북한, 잔뼈굵은 관료 중심으로 내각 재구성…경제난 타개 노린다(종합)
북한이 당대회 후속조치로 내각 부처를 실무에 밝은 인사들로 대대적으로 물갈이한 것은 그간의 결함을 딛고 경제 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번 8차 당대회에서 지난 5년간의 경제 성과가 미진했다고 자인한 가운데 내각이 '경제사령부'로서 역할을 다할 것을 주문했고 당 간부들에게는 경제실무에 빠져 '행정대행'을 하는 현상을 타파할 것을 당부했다.

당이나 군뿐만 아니라 행정관료도 국가를 이끌어가는 주요 축으로 보고 역할을 강조한 셈이다.

북한, 잔뼈굵은 관료 중심으로 내각 재구성…경제난 타개 노린다(종합)
행정관료를 중시하고 현장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려는 경향은 앞서 노동당 8차 대회에서도 드러났다.

당대회 참석 대표자 가운데 행정경제부문 대표는 801명으로, 5년 전 423명에서 배로 늘었다.

현장에서 일하는 핵심당원 대표는 1천455명으로, 5년전 786명에서 많이 증가했다.

반면 군인 대표는 7차 때 719명에서 이번에는 408명으로 거의 반 토막 났다.

또 이례적으로 부문별 협의회를 열어 당 중앙위 사업총화 결정서 초안 작성을 하도록 한 것도 이 일환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