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배달 앱으로 술을 주문할 경우, 성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으로 음식을 주고받는 일이 늘다 보니 성인의 개인 정보로 인증을 하는 등 꼼수도 느는 상황이다.
배달대행 기사가 술을 주문한 고객을 대면했을 때 청소년으로 의심되면 신분증 검사를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같은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어려움도 있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는 '변호사 부부의 갑질'이라는 제하의 사연이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 17일 배달 앱을 통해 국밥 2그릇과 소주 2병 주문받고 직접 배달에 나섰다.
벨을 누르자 집안에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문 앞에 두고 가시래요."
A 씨는 "술이 있어서 놓고 갈 수 없어요. 직접 받아주셔야 해요"라고 답했다.
아이가 엄마를 부르자 "그냥 놓고 가라고 해. 못 나간다고"라는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A 씨와 엄마 B 씨는 현관 앞에 음식을 두고 가는 문제로 실랑이를 벌였다.
A 씨는 주류가 있기 때문에 대면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B 씨는 "아이 목욕을 시키고 있어서 나갈 수 없으며 코로나 때문에 불안하니 놓고 가라"고 고집했다.
A 씨는 "전화를 해서 통화로라도 확인을 하겠다"고 했고 B 씨는 "내가 사장님과 통화하겠다. 그냥 놓고 가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 단골이고 변호사 집이니 괜찮아요"라고 덧붙였다.
A 씨는 "제가 사장이고 변호사 댁이라 뭐가 괜찮은지 모르지만 벌금 내고 처벌 받는 건 저희라서 안된다"고 했다. 끝까지 그냥 놓고 가라는 B 씨에게 A 씨는 "그럼 술은 가져가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떠났다.
주차장에 가자 울리는 전화벨.
B 씨는 "내가 나왔는데 왜 가져갔느냐"면서 "CCTV에 다 찍혔다. 음식 안 먹을 거니까 가져가고 환불해 달라"고 화를 냈다.
A 씨는 "그렇게는 못 한다"라며 "문자 보냈으니 계좌번호 주면 소주값 8000원 환불해 드리겠다"고 하고 끊었다. A 씨는 B 씨의 남편이 이후 연락을 해 와 "무식함이 도를 넘는다", "예의 없으면 바르게라도 살라" 등의 폭언을 했다고 전했다.
해당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자 "변호사라서 괜찮다는 게 무슨 말인지", "갑질이 도를 넘었다", "변호사라고 하면 무서워할 줄 알았나 보다", "저렇게 격이 떨어지는 말을 하다니. 변호사도 아닐 듯"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현재 배달 앱을 통해 주류를 배달할 때는 전달 시점에 미성년자 여부를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배달과정에서 청소년임을 재확인하지 않았다면 사장님과 배달원이 처벌받을 수 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주류를 판매해 적발된 음식점주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1차 위반 시 영업정지 2개월, 2차 위반 시 3개월, 3차 위반 시 영업소 폐쇄 처분을 받는다. 또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