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편성 희망적…"패널 다양화 통해 소재 한계 극복해야"
'공포 장르는 한여름에'라는 공식을 깨고 한겨울에 등장한 MBC TV 파일럿 예능 '심야괴담회'가 정규 편성에 청신호를 켰다.

국내 최초로 호러 장르를 코미디언들의 입담으로 풀어내 공포와 웃음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물론 괴담을 영상이 아닌 이야기로만 풀어내야 하는 토크쇼 포맷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패널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1회 시청률 1.8%(닐슨코리아)에서 2회 3.7%로 점프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 코로나19 시대 속 공포 수요 읽어낸 예능
'심야괴담회'는 그동안 예능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던 기이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다룬다.

이러한 공포 소재는 확고한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토요미스테리극장' 등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대중성도 어느 정도 갖췄다.

여기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이 공포 콘텐츠에 대한 수요를 높이고 있어 '심야괴담회'가 시대 흐름을 잘 읽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16일 "최근 성공을 거둔 콘텐츠들은 드라마 '스위트홈'처럼 감염병 혹은 괴물을 소재로 해 공포심의 근원을 자극한 작품들"이라며 "이런 흐름 속에서 공포 콘텐츠를 보편적이고 쉽게 예능화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예능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토크쇼는 패널들의 입담을 주요 동력으로 삼아야 하는 만큼 스토리텔러의 역할이 큰 상태에서 패널의 대다수가 코미디언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김숙, 박나래, 황제성, 허안나 등의 패널이 전달하는 괴담은 무서움을 웃음으로 승화시켜내는데 이는 진지함보다 가벼움을 추구하는 최근 예능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회에서 '그날 밤 저수지에서'라는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귀신의 표정을 표현하는 황제성의 모습에 출연진이 애써 터지는 웃음을 참아냈다.

이 모습은 시청자들이 긴장을 풀고 기존 예능에서 느낄 수 있었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이렇듯 패널들의 입담에만 의존하는 형식의 한계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화된 괴담은 분장이나 장면전환 같은 편집에 의해 더 큰 몰입감을 줄 수 있지만, 토크만으로 풀어나가는 괴담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 "소재의 한계 극복 위해서는 패널의 다양성 추구해야"
프로그램의 형식 외에도 괴담이라는 소재에서 오는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있다.

자극적인 이야기를 접한 뒤에는 그보다 더 높은 수위를 원하게 되는데, 이를 충족시키려고 하다 보면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패널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심야괴담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전문가 패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파일럿 형태로 선보인 방송에서는 역사학자 심용환 작가와 화학자이자 SF소설가인 곽재식 작가가 등장해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전문가들의 출연은 미신을 미화한다는 비판을 피하면서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영리한 선택으로 보인다.

특히 곽 작가의 경우, 괴담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실제로는 귀신이 아닌 다른 자연현상의 일부였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자칫 무섭게만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를 가볍게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다.

김성수 평론가는 "인문학자와 과학자가 괴담을 흥미롭게 분석해 또 다른 재미를 준다"며 "이 프로그램의 지속가능성은 전문가 두 명에게 달렸다"고 평가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믿기 힘든 이야기들을 현실로 돌리려고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며 "다른 방송에서도 이러한 접근방식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그램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시각적 자극을 강화하거나 코미디언 외에도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성우 등을 패널로 확보해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