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멕시코 사법체계 큰 오점…양국 수사 협력 훼손" 미국이 지난해 마약범죄 연루 혐의로 체포했다 멕시코 측의 요청으로 풀어준 멕시코 전 국방장관이 결국 고국 사법당국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았다.
멕시코 검찰의 예견된 '봐주기'를 놓고 비판이 쏟아졌다.
멕시코 검찰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살바도르 시엔푸에고스 전 국방장관에 대해 미 수사당국이 제기한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성명에서 "시엔푸에고스가 미 당국이 조사했던 범죄조직과 어떤 만남도 가지지 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며 "범죄조직과 소통하지도, 그들을 비호하거나 돕는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멕시코 정권에서 2012∼2018년 국방장관을 지낸 퇴역 장성 시엔푸에고스는 지난해 10월 미국을 방문했다가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전격 체포됐다.
미 검찰은 그가 장관 재직시절 마약 카르텔의 마약 생산과 유통에 공모하고, 뇌물을 받고 수사 상황 등을 흘리면서 카르텔을 비호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대부'라는 별칭으로 불린 시엔푸에고스와 카르텔 지도부 간에 오간 메신저 대화 수천 건 등을 증거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멕시코 군 고위 인사가 미국에서 마약 관련 범죄 혐의로 체포된 것은 처음이어서 멕시코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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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엔푸에고스에 대한 미국의 수사와 체포 사실을 미리 귀띔받지 못한 멕시코 정부는 미국 측에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고, 미국은 멕시코 측의 압박에 결국 시엔푸에고스를 풀어줬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멕시코 정부가 시엔푸에고스 석방을 끌어내기 위해 자국 내 미 마약단속국(DEA) 요원을 추방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멕시코 당국은 그렇게 돌아온 시엔푸에고스를 구속하지 않았고, 미국 측이 넘겨준 자료를 검토한지 채 두 달도 안 돼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결정은 내린 것이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이러한 결정을 두고 미국과 멕시코에서 모두 비판이 쏟아졌다.
마약 수사에서의 양국 협력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DEA 고위 관리 출신의 마이크 비질은 현지 매체 밀레니오에 "멕시코 사법체계에 매우 큰 오점"이라며 "시엔푸에고스는 멕시코 부패와 불처벌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정권의 부패를 줄곧 비판해온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정부가 전 정권 국방장관의 부패 혐의를 벗겨준 것을 놓고 군의 무소불위 권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15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지지하면서 "미국 DEA가 넘겨준 증거가 증거로서의 가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DEA가 혐의를 "조작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법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멕시코 정부가 하지 못하면 미국이 시엔푸에고스에 대한 기소를 재개할 권리가 있다"며 다시 미국에서 법정에 세울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