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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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0% 중~후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30%를 오르내린다. (리얼미터 기준) 지난해 4월 총선 직후 대통령 지지율이 60% 중반대에 육박했던 것을 감안하면 1년도 채 안 지난 시점에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여론조사 업체의 조사 결과가 공정한 지, 정말 실제 여론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수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대체적인 결론은 지지율 절대 수치는 실제 여론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지지율 자체보다는 오르고 내리는 추이를 잘 지켜보라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제 단기적이고 기술적인 반등은 있을 수 있어도 추세적으로는 장기 하락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적잖은 국민들이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흥미로운 건 요즘 지인들과 부동산 문제나 코로나 방역정책, 무법천지가 된 법무부 얘기 등을 나누다 보면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커밍 아웃'하는 이들을 가끔 만날 수 있다. "이제와서 얘기지만 솔직히 나 문재인 찍었는데 정말 이럴 줄은 몰랐다" 는 고백이다.

놀라운 것은 평소 언행이나 성향에 비춰볼 때 전혀 좌파라고 보기 어려운 사람들 중 의외로 이런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좌파라고 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정통 우파로 분류하기도 애매한, 어정쩡한 '회색지대'에 있었던 사람중 이런 이들이 꽤 되는 것 같다.

하긴 먹고 살기 바쁜 보통 사람들이라면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갖기란 쉽지 않다. 오다가다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한 단편적인 정치 뉴스만 접할 뿐이다. 이들은 정부나 정치권이 밀어붙이는 정책의 배경이나 의도, 특히 숨은 의도 등을 따져볼 이유도, 시간도, 적극적 관심도 없다. 그저 정치권의 구호만 보고 대충 어떤 정책이리라 짐잘할 뿐이다.

소위 '정책 포장'이 가장 잘 먹히는 대상도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그 어느 정권보다 '정책 포장'에 공을 들인다. 비정규직, 노동자, 중소기업, 소상공인, 여성 등 소위 사회적 약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늘 그들의 편에 서는 듯한 정책을, 대선과 총선 때는 물론 평소에도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계속 밀어붙여왔다.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은 그저 스쳐가는 뉴스 제목만 보고 "아 이번 정권은 그래도 어려운 사람들을 좀 도와주는 정책을 하려나 보네"하는 생각을 하기 쉽다. 이런 피상적인 판단을 더 강화시키는 것이 소위 '쇼통'이다. 문 대통령이 각종 정책 현장에 등장하거나 청와대에서 사람들을 부를 때는 탁현민인가 하는 사람이 행사 전반을 모두 기획한다는 모양이다. 탁씨는 좀 더 감성에 어필해 대통령의 이미지와 정책효과를 극대화해 보여주는 데는 나름 일가견이 있다고 한다. 과거 문제가 된 언행에도 불구, 청와대를 계속 들락거리는 것도 그래서라고 한다. '정책 포장'과 '쇼통'은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들에 비해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장기간 유지해왔던 가장 큰 비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포장과 쇼는 언젠가 그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약자의 편에 선다는 이 정부에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사회빈곤층이 무려 25%나 늘어났고 그 결과 소득 양극화는 최악으로 심화됐다. 비정규직과 정규직간 임금 격차도 전례없이 크게 벌어졌다. 집값 폭등으로 무주택자들은 이제는 내집마련의 꿈조차 꾸기 어렵게됐다. 코로나로 경제전체가 커다란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약자가 더욱 살기 힘들어지는 현상은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잘못된 정책의 결과가 하나 둘 숫자로 드러나고 그것이 각각 국민들의 민생에까지 직접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자 비로소 '포장'과 '쇼'에 현혹돼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하던 이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고 이것이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x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느냐?"는 얘기가 있다. 안타깝지만 아직 많은 국민들은 정당과 정치인 선택에서 직접 겪어보고 그 폐해를 실감하기 전에는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3년반이 지나서 비로소 후회한다며 커밍아웃하는 이들이 주변에 하나 둘 나오는 것을 보면 그렇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뒤늦게나마 깨닫고 있는 것이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사회는 아직 제대로된 좌파 백신을 맞아 본 적이 없다. 과거 몇몇 좌파로 불리던 정권이 있었지만 전염력이나 독성은 그리 치명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3년반 동안 거의 국가 전체의 틀을 뒤흔들다시피 하고 있는 이번 좌파 바이러스는 전염력이나 독성이 코로나19에 버금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좌파 바이러스를 앓고 난 뒤 항체를 보유한 국민들이 하나 둘 늘고는 있지만 아직 집단면역 단계에까지 이르지는 않은 듯하다. 그럼에도 그동안 백신을 외면하던 국민들 중 자발적으로 백신을 맞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더 늦기 전에 전 국민에게 좌파 백신을 접종할 수만 있다면 선대들이 피땀흘려 일궈낸 대한민국을 악성 바이러스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백신도 급하지만 좌파 선동에 대한 집단면역 형성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