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에 김하성 영입 설득…스카우트 생활 9년 만에 큰 결실
"MLB 올스타 출신 러셀에게 밀리지 않은 김하성…구단이 확신하게 된 계기"
샌디에이고 남궁훈 스카우트, 하루도 쉼 없이 김하성만 팠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5)의 빅리그 진출에 힘을 보탠 이가 있다.

샌디에이고의 한국 담당 남궁훈(38) 스카우트다.

2012년부터 샌디에이고 스카우트로 활동한 남궁훈 씨는 업무를 시작한 지 9년 만에 큰 결실을 보았다.

수년 동안 김하성의 모습을 지켜본 남궁훈 스카우트는 김하성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천했고, 샌디에이고는 새해 첫날 계약기간 4+1년 최대 3천900만 달러(약424억원)에 김하성을 영입했다.

김하성에 관한 수많은 스카우트 리포트를 작성하며 기량을 평가했던 남궁훈 스카우트는 최근 연합뉴스와 만나 "김하성의 잠재력은 최고 수준"이라며 "MLB에서도 분명히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샌디에이고 남궁훈 스카우트, 하루도 쉼 없이 김하성만 팠다
◇ "김하성 영입해야 한다는 확신, 러셀과 경쟁이 계기"
그동안 MLB에 진출한 대다수 한국 선수들은 KBO리그에서 정점을 찍은 국내 슈퍼스타들이었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강정호,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김현수(LG트윈스), 박병호(키움 히어로즈) 등 대부분의 선수는 KBO리그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MLB 무대를 밟았다.

김하성은 이들과 다르다.

그는 키움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지만, 열거된 선수들처럼 독보적인 성적을 내진 못했다.

2020시즌에도 김하성은 타율 0.306(20위), 30홈런(공동 9위), 109타점(9위)을 기록했다.

양호한 성적이지만 압도적인 성적이라고 표현하긴 어렵다.

남궁훈 스카우트는 김하성이 엄청난 성적을 내지 못하고도 MLB 스카우트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 관해 "잠재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궁 스카우트는 "김하성의 성장 속도는 매우 빨랐다.

매년 새로운 무기를 장착한 느낌이었다"며 "프로에 입단한 김하성은 체격 조건을 개선하는 등 남다른 발전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가 김하성 영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계기도 있었다.

남궁훈 스카우트는 "키움은 지난 시즌 중반 MLB 올스타 출신 애디슨 러셀을 영입하면서 김하성의 수비 포지션을 변경했다"며 "김하성은 러셀에게 밀리지 않는 플레이를 펼치더라. 슈퍼스타와 내부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김하성의 모습을 샌디에이고 구단에 적극적으로 알렸고, 이런 모습을 지켜본 구단은 확신을 세운 것 같았다"고 밝혔다.

남궁 스카우트는 "A.J. 프렐러 단장님은 여름 이후 김하성을 중점적으로 분석하라고 주문했고, 이후 김하성 출전 경기를 빼놓지 않고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남궁훈 스카우트는 샌디에이고 구단 내 주전 경쟁에 관해서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샌디에이고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유격수), 매니 마차도(3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2루수) 등 리그 최고의 내야수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고의 전력을 갖춘 샌디에이고가 검증되지 않은 한국 출신 선수에게 거액을 안긴 이유는 무엇일까.

남궁훈 스카우트는 "김하성은 미래 가치가 큰 선수"라며 "연봉 600만 달러를 받았던 류현진이 연봉 2천만 달러의 선수가 된 것처럼, 김하성 역시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 남궁훈 스카우트, 하루도 쉼 없이 김하성만 팠다
◇ KBO리그에서 방출된 신고선수, MLB 대형계약 끌어내다
김하성의 MLB 진출을 끌어낸 남궁훈 스카우트 역시 MLB를 꿈꿨던 선수였다.

그는 야구 명문 덕수고, 건국대를 거쳐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한 뒤 2008년 두산 베어스에 신고선수(현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했다.

남궁훈 스카우트는 1군 무대를 한 번도 밟지 못하고 2010년 방출됐다.

그는 야구 선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 독립리그를 통해 재기의 꿈을 키웠고, 훈련과 영어 공부에 전념했다.

이때 배운 영어는 남궁훈 스카우트의 인생을 크게 틀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샌디에이고 스카우트 팀과 인연을 맺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처음엔 급여도 없는 인턴 스카우트였다.

남궁훈 스카우트는 성실한 모습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구단으로부터 신뢰를 받았고, 정식 스카우트로 현장을 누볐다.

남궁훈 스카우트는 MLB 진출을 꿈꾸는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남궁훈 스카우트는 'MLB에 가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실력을 겸비했다는 가정하에 체격 조건을 개선하고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빼빼 마른 선수와 뚱뚱한 선수가 있다면 뚱뚱한 선수를 선택한다"며 "그만큼 체격과 힘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

어린 나이에 미국 현지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자기 기량을 완전히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