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당·홍보회사가 허위정보 유포해 여론전
"한국, 정부·정당이 조직한 사이버 부대 '중간단계' 활동"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옥스퍼드 인터넷 인스티튜트(OII)는 13일(현지시간) 낸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81개국에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는 '사이버 부대'가 산업적 규모로 활동하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OII는 '산업화된 허위 정보-2020년 조직된 소셜미디어 조작 목록'으로 낸 이 보고서를 통해 이런 조직적 활동이 포착된 나라가 2017년 28개국에서 2019년 70개국, 2020년에는 81개국으로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이 기관은 "국제적으로 유포되는 허위 정보는 산업적인 규모로 수법이 전문화되고 있다"라며 "사이버 부대를 운영하는 주체는 정부 기관, 홍보 회사, 정당 등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허위 정보 유포는 많은 정부와 정당이 여론을 유리하도록 하고 상대방의 신뢰를 떨어뜨리거나 정적 제거, 외국의 내정 간섭에 이르기까지 정치적으로 구사하는 흔한 수법이 됐다고 지적했다.

OII는 오늘날 대부분 국가의 선거에 허위 정보 전략이 구사된다면서 이런 사이버 부대는 음지에서 공작하는 게 아니라 근사한 사무실에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고 월급을 받는다고 밝혔다.

사이버 부대가 정부 공무원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OII는 파악했다.

허위 정보 유포 수법도 2016년엔 봇(bot·특정 작업을 자동으로 반복 수행하는 프로그램)에 대세였지만 최근엔 소셜 네트워크 회사의 감시를 피하려고 사람이 정교하게 조종하는 허위 계정을 쓰거나 인플루언서(SNS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 시민 사회 단체가 동원되기도 한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과거엔 정부 기관이 사이버 부대를 운영한 것 같지만 최근엔 홍보회사가 고용되기도 한다면서 2009년부터 허위정보 유포로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민간 회사에 지급된 돈이 600억 달러(약 72조 원)라고 추산했다.

이렇게 민간회사가 정부나 정당의 여론 조작에 동원된 나라는 2020년 48개국으로 3년 전(9개국)보다 크게 늘었다.

한국도 사이버 부대를 운영해 허위 정보를 유포, 여론전을 하는 나라 81곳에 포함됐다.

OII는 사이버 부대를 조직한 주체로 정부 기관, 정치인·정당, 인플루언서·시민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여론전을 위해 사실이 아닌 정보를 퍼뜨리는 허위 계정의 형태는 봇과 사람이 통제하는 계정으로 조사됐다.

이런 계정을 통해 유포되는 허위 정보는 정부를 과도하게 지지하거나 정적이나 상대 세력을 공격하고 희롱하는 내용, 분열·양극화를 부추기는 주장 등이었다.

사이버 부대의 역량을 기준으로 3단계로 분류했을 때 한국은 중간 단계에 속했다.

중간 단계는 사이버 부대가 일관된 전략과 형태로 활동하면서 정규직 직원을 고용한 상태를 뜻한다.

북한도 중간 단계에 포함됐다.

사이버 부대의 역량이 가장 강한 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이 속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