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허위 발급한 임시 주민증, 새 신분증 발급에 이용돼
주민센터 "지문이 딱딱하고 건조한 탓에 지속해서 오류 발생"
'동생인 척' 수차례 신분증 발급받은 형…현금인출에 휴대폰까지
주민센터에서 동생 명의로 두 차례나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형이 또다시 동생인 척 신분증을 허위 발급받아 휴대폰까지 개통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4일 부산에 사는 50대 A씨는 자신 명의로 통장이 재발급, 휴대폰이 개통됐다는 의문의 문자를 받았다.

당시 근무 중이던 A씨는 문자를 보자마자 친형 B씨를 떠올렸다.

지난해 10여년간 인연을 끊고 산 친형이 A씨인 척 위장해 주민등록증을 두 차례나 발급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B씨는 임시 신분증을 제시해 은행 2곳에서 480만원가량을 인출한 바 있다.

확인 결과 이번에도 신분증을 부정 발급받은 친형 B씨 소행이었다.

주민센터 측의 부실한 본인 인증 탓에 주민등록증이 허위 발급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지난 4일 오전 B씨는 동생 명의로 주민등록증을 발급하기 위해 부산 남구 한 주민센터를 찾았다.

당시 본인 인증을 위해 주민센터 측은 8차례에 걸쳐 지문 검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B씨의 지문이 딱딱하고 건조한 탓에 지속해서 오류가 발생했다.

이후 주민센터 측이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요구하자 B씨는 지난해 허위로 발급받은 임시 주민등록증을 제시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대기 인원이 많은 상황에서 고성을 지르고 소란을 피워 임시 신분증에 부착된 사진으로 대조, 확인했다"며 "이전에 임시 주민등록증을 발급한 주민센터에는 별도 연락하거나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B씨는 주민등록증으로 신분이 확인되면 계좌 비밀번호 변경이 가능하고, 통장 재발급이 가능한 점을 이용해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려 했다.

또 한 휴대폰 매장을 찾아 임시 주민등록증으로 동생 명의의 휴대폰을 개통하기도 했다.

다행히 A씨는 해당 계좌에 돈을 넣어두지 않아 금전적 피해를 보지 않았고, 휴대폰 개통 역시 바로 취소했다.

현재 B씨에게 당한 남구 한 주민센터는 주민등록법 위반죄로 B씨를 남부경찰서에 지난 5일 고소한 상태다.

앞서 신분증을 부정 발급한 주민센터 2곳으로부터 사기, 사문서위조 혐의로 고발당한 B씨는 약식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지금까지 동생 A씨는 형 B씨가 인출한 돈 480만원 중 180만원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