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 시동거는 당국, 개미 공감 얻으려면[개미와 공매도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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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대부분 공매도 재개
외국인 이탈·증시 버블 우려
불법 공매도 막을 제도 개선 먼저
"개선 미흡하면 금지 연장해야"
외국인 이탈·증시 버블 우려
불법 공매도 막을 제도 개선 먼저
"개선 미흡하면 금지 연장해야"
[편집자주] 공(空)매도 재개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 이른바 동학개미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인미답으로 여겨진 코스피 3000시대가 열렸지만 공매도 재개가 랠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매도는 정말 증시를 어지럽히는 주범일까, 아니면 주가 거품을 막고 적정가를 유지해주는 지원군일까, 진정 개미들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인건지, 한경닷컴이 3편의 시리즈를 통해 논란의 '공매도'를 들여다봤다.
"공매도 재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오는 3월 재개를 목표로 제도 개선을 마무리한다는 게 공식 입장입니다."
오는 3월 종료되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놓고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 시장 불안이 해소된 만큼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개인투자자와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의 대차잔액은 전날 기준 47조3902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지난해(2020년 1월14일·66조3831억원)와 비교해 1년 새 28% 넘게 줄었다.
대차잔액은 공매도 물량을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거래를 말한다. 대차잔액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주식 물량이다. 대차잔액을 흔히 공매도 대기자금으로 해석하는 이유다.
대차잔액의 움직임에 따라 공매도 물량도 움직인다. 대차찬액이 늘어나면 공매도는 늘어나고 대차잔액이 줄면 공매도 물량도 감소한다는 의미다. 공매도가 금지된 지난해 3월부터 대차잔액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를 재개해도 대차잔액의 급격한 증가와 큰 폭의 주가 하락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과거 공매도가 금지(2008년 10월1일~2009년 5월31일·2011년 8월10일~11월9일)된 후 재개된 상황에서도 대차잔액은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금융당국은 그해 10월1일 공매도를 금지했다. 당시 대차잔액은 1년 새 10조원 넘게 늘어 35조원을 넘어선 상태였다. 그러나 이후 공매도가 재개된 2009년 6월 이후 대차잔액은 10조원대에 머물렀다. 1년이 훌쩍 지난 2010년 3월에서야 대차잔액이 20조원을 넘어섰고, 공매도 물량 확대는 일어나지 않았다. 유럽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출렁인 2011년에도 공매도 금지와 대차잔액의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다. 25조원대에 머물던 대차잔액은 공매도 금지로 20조원 초반대로 떨어졌지만 이후에도 큰 폭의 증가세는 없었다. 2012년이 지나서야 35조원이 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공매도 재개 이후에도 대차잔액 증가세는 제한적이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재개해도 공매도 물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8일 회의에서 "국민들이 증시의 한 축이 되면서 주가지수가 3100포인트를 상회했다"며 "이렇게 된 것은 외국인 순매수가 기여한 바가 크다. 금융위는 긍정적 흐름을 지속·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를 또다시 연장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 증시 거품 등의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시행된 공매도 금지는 한시적 조치였는데 한 차례 연장됐다"며 "공매도가 금지된 1년 간 국내 증시는 유례없는 상승세를 보였다. 금지 조치를 연장할 명분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재개되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며 금지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과거 공매도 재개 경험을 들어 주가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공매도 금지가 풀린 2008년과 2011년 모두 주가 하락은 없었다. 2009년 6월 코스피는 1415에서 3개월 만에 1600대로 올랐다. 2011년 11월에는 1810에서 이듬해 2월 2000선으로 뛰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진 덕분이다.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한 나라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대만 말레이시아 등 10개국인데, 이 가운데 한국 인도네시아 등만 여전히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초까지 공매도를 재개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로 외국인은 헤지 수단이 제한되면서 수급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반대로 공매도가 재개되면 개인 수급이 제한될 수는 있다"고 했다. 업계 안팎에선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할 대책 마련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매도는 다양한 매매수단 중 하나로 주가 하락을 이끌지 않는다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는 거래량을 늘리고 과대평가된 주식의 거품을 빼는 순기능이 있다"며 "현재 상황은 단기 과열 국면이다. 공매도 금지가 연장될 경우 증시 버블을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규정은 강화된다. 오는 4월부터는 불법 공매도가 적발될 경우 5억원 이하 또는 부당이득의 1.5배 이하 과징금을 부과한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인식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도 개선한다. 외국인과 기관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도 쉽게 공매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송년간담회에서 "전문투자자로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분에게 일단 허용하고 (개인투자자로) 넓혀가는 것이 타협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매도는 적정한 가격을 찾아가게 한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로 피해를 봐왔다는 피해의식에 기울어져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제도 개선이 먼저다. 개선이 미흡하다면 과감히 금지를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오는 3월 종료되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놓고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 시장 불안이 해소된 만큼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개인투자자와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의 대차잔액은 전날 기준 47조3902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지난해(2020년 1월14일·66조3831억원)와 비교해 1년 새 28% 넘게 줄었다.
대차잔액은 공매도 물량을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거래를 말한다. 대차잔액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주식 물량이다. 대차잔액을 흔히 공매도 대기자금으로 해석하는 이유다.
대차잔액의 움직임에 따라 공매도 물량도 움직인다. 대차찬액이 늘어나면 공매도는 늘어나고 대차잔액이 줄면 공매도 물량도 감소한다는 의미다. 공매도가 금지된 지난해 3월부터 대차잔액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매도를 재개해도 대차잔액의 급격한 증가와 큰 폭의 주가 하락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과거 공매도가 금지(2008년 10월1일~2009년 5월31일·2011년 8월10일~11월9일)된 후 재개된 상황에서도 대차잔액은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금융당국은 그해 10월1일 공매도를 금지했다. 당시 대차잔액은 1년 새 10조원 넘게 늘어 35조원을 넘어선 상태였다. 그러나 이후 공매도가 재개된 2009년 6월 이후 대차잔액은 10조원대에 머물렀다. 1년이 훌쩍 지난 2010년 3월에서야 대차잔액이 20조원을 넘어섰고, 공매도 물량 확대는 일어나지 않았다. 유럽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출렁인 2011년에도 공매도 금지와 대차잔액의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다. 25조원대에 머물던 대차잔액은 공매도 금지로 20조원 초반대로 떨어졌지만 이후에도 큰 폭의 증가세는 없었다. 2012년이 지나서야 35조원이 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공매도 재개 이후에도 대차잔액 증가세는 제한적이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재개해도 공매도 물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금융당국, 외국인 자금 이탈·증시 거품 우려
금융당국은 기본적으로 3월 공매도를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지난 11일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조치는 오는 3월15일 종료될 예정"이라며 "금융당국은 3월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불법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조성자 제도개선,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제도개선을 마무리 해 나갈 계획"이라고 공지했다.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8일 회의에서 "국민들이 증시의 한 축이 되면서 주가지수가 3100포인트를 상회했다"며 "이렇게 된 것은 외국인 순매수가 기여한 바가 크다. 금융위는 긍정적 흐름을 지속·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를 또다시 연장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 증시 거품 등의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시행된 공매도 금지는 한시적 조치였는데 한 차례 연장됐다"며 "공매도가 금지된 1년 간 국내 증시는 유례없는 상승세를 보였다. 금지 조치를 연장할 명분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재개되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며 금지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과거 공매도 재개 경험을 들어 주가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공매도 금지가 풀린 2008년과 2011년 모두 주가 하락은 없었다. 2009년 6월 코스피는 1415에서 3개월 만에 1600대로 올랐다. 2011년 11월에는 1810에서 이듬해 2월 2000선으로 뛰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진 덕분이다.
주요국 대부분 공매도 재개…증시 버블 걱정도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가 장기화될 경우 오히려 외국인 자금 이탈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코로나19 여파에도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들은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다.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한 나라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대만 말레이시아 등 10개국인데, 이 가운데 한국 인도네시아 등만 여전히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초까지 공매도를 재개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로 외국인은 헤지 수단이 제한되면서 수급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반대로 공매도가 재개되면 개인 수급이 제한될 수는 있다"고 했다. 업계 안팎에선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할 대책 마련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매도는 다양한 매매수단 중 하나로 주가 하락을 이끌지 않는다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는 거래량을 늘리고 과대평가된 주식의 거품을 빼는 순기능이 있다"며 "현재 상황은 단기 과열 국면이다. 공매도 금지가 연장될 경우 증시 버블을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제도 개선이 먼저…개선 미흡하면 금지 연장해야
금융당국은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행위를 감시할 시스템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많아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규정은 강화된다. 오는 4월부터는 불법 공매도가 적발될 경우 5억원 이하 또는 부당이득의 1.5배 이하 과징금을 부과한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인식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도 개선한다. 외국인과 기관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도 쉽게 공매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송년간담회에서 "전문투자자로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분에게 일단 허용하고 (개인투자자로) 넓혀가는 것이 타협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매도는 적정한 가격을 찾아가게 한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로 피해를 봐왔다는 피해의식에 기울어져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제도 개선이 먼저다. 개선이 미흡하다면 과감히 금지를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