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야권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비판 행사를 기획한 국민의힘이 당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를 초청했다가 이번엔 안 대표를 초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관심사인 가운데 안철수 대표와 거리를 둔 셈이어서 향후 국민의힘 행보와 야권 단일화 여부에 눈길이 모아진다.

안철수 대표에게 연일 선 긋기 하고 있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의중을 감안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최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등이 출마 의사를 내비치며 중량감 있는 후보군을 갖춘 국민의힘이 안철수 대표에 읍소하기보단 '제1야당'답게 국민의힘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자는 기류 역시 감지된다.

지난달 진행하려했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비판 행사를 이달 개최한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은 처음 행사를 개최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금태섭 전 의원에게도 참석을 요청했으나 이번에는 참석을 요청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행사 기획때는 안철수·금태섭에 참석 요청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서울시당은 오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원순 시정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행사에 진행한다. 이 행사는 원래 지난달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행사가 이달로 연기됐다.

처음 행사가 기획될 당시에는 안철수 대표를 비롯해 금태섭 전 의원에게도 참석을 요청했지만, 이번에는 초청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은 당 중심으로 행사를 진행하다는 입장. 다만 당시에도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이 행사 참석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진 않았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행사에는 김종인 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당내 대선주자들도 참석한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보군들도 자리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은 지난 12일 각 의원실에 공문을 발송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다가올 20대 대선을 가늠하는 시금석이라는 의미에서 중차대한 선거"라며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10년 시정'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마련이 필요하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내부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힘 중심으로 치르자 결론"

또 "이번 행사는 국민의힘 서울시당 서울시 재도약 특위의 서울시정 전문가들이 부동산값 폭등·전세대란을 초래한 서울시의 주택정책 실패, 시민은 없고 시민단체 생태계를 위한 세금 나눠먹기, 서울의 글로벌 도시경쟁력은 뒷전인 채 복지 포퓰리즘에 매몰됐던 고 박원순 전 시장 10년 시장의 대표적 실책과 문제점을 정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안철수 대표의 지지율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안철수 대표 중심의 야권 단일화 논의가 부각되는 데 부정적인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선 긋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해 11월 마포구에서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가 주도하는 '누구나 참여아카데미'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해 11월 마포구에서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가 주도하는 '누구나 참여아카데미'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달 첫 행사를 기획할 당시에는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도 부르자는 의견들이 있었다. 당시 당사자들이 최종 수락을 하지 않았지만 야권 전체가 함께하자는 취지에서 그렇게 진행이 됐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은 내부 논의 과정에서 외부 인사들 없이 국민의힘 자체적으로 행사를 치르자는 이야기들이 나왔다"면서 "향후 다른 행사에서 안철수 대표, 금태섭 전 의원과 함께 할 수는 있지만 이번 행사에는 참석 요청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