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법절차로 처리"…외교부 "국제법 위반 여부 판단 어려워"
동결자금 활용 계획 의견 교환…'미국과 협의 불가피' 입장 설명
대표단, 이란에 해양오염 증거 미제출 항의…일단 빈손 귀국(종합)
이란에 억류된 선원과 선박의 조기 석방을 교섭하기 위해 이란으로 갔던 정부 대표단이 입장차만 확인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정부는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교섭을 이어가기로 했다.

외교부는 13일 최종건 1차관의 이란 방문 결과에 대해 "정부는 최 차관의 금번 방문을 토대로 이란과 선박 억류 해제를 위한 논의를 지속하는 한편 금번 사안이 해결될 때까지 우리 선원들에 대한 영사 조력을 적극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차관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이란에서 각계 지도층 인사들을 만나 선박 억류 사건과 동결자금 문제 등을 협의했으며, 카타르와 양자 협의를 한 뒤 14일 귀국한다.

최 차관은 방문 기간 한국 선원과 선박 억류에 대해 엄중히 항의하고, 조속한 해제를 요구했다.

억류 조치가 한국 국민의 신변 안전에 직결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하고, 선원들이 안전한 상태에서 영사접견을 포함해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지속해서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란 측은 억류는 해양 오염과 관련된 기술적인 사안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공정하고 신속한 사법 절차의 진행과 선원들에 대한 인도적 대우, 영사접견 보장 등을 약속했다.

최 차관은 억류 이후 일주일 이상이 지났는데도 이란 측이 해양 오염에 대한 일말의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이란 측이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신속한 절차를 통해 억류를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

외교부는 이란이 증거를 제시할 경우 이란의 선박 억류가 국제법 위반 소지는 없는지 등을 따져보기 위해 대표단에 국제법률국 관계자를 포함했지만, 아직 관련 증거를 받지 못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측이 증거를 제시하거나 정보를 주지 않는 상황에서 안타깝게도 우리가 '국제법 위반이다,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표단, 이란에 해양오염 증거 미제출 항의…일단 빈손 귀국(종합)
최 차관은 또 인도적 교역 확대를 위한 정부의 노력과 성과를 공유하고, 원화 자금 활용에 대한 향후 계획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대표단에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포함됐다.

최 차관은 한국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이유로 원화자금을 부당하게 동결하고 있다는 이란 측 불만에 대해 한국과 미국 금융시스템이 상호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원화자금 활용 극대화를 위해서는 미국과 협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이란 측이 이런 현실을 직시하면서 원화자금의 원활한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최 차관은 방문 기간 세이에드 압바스 아락치 외교차관과 회담 및 업무 오찬을 하고 자리프 외교장관, 헤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 하르라지 최고지도자실 외교고문, 졸누리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 헤크마트니어 법무차관, 마란디 테헤란대 교수 등을 연달아 만났다.

아락치 외교차관에게는 한국 방문을 초청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