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버님이라고 부르고, 형님이라고 하면 돼. 이쪽은 큰 매형, 작은 매형. 당신은 형님, 시매부라고 부르면 돼. 나는 긴장한 탓에 뭐라는 지도 모르고 해서 그냥 '안녕하세요'라고 했다.

"
이 대목은 하나금융 나눔재단이 공모한 한국 생활 체험담 수상작 가운데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나의 좌충우돌 가족 만들기'라는 제목의 중국 출신 이주여성의 한국 생활 정착기 일부다.

'한국살이 다문화 가정의 애환'…하나금융 나눔재단 공모전
이 중국 출신 여성은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식사를 하는 데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말 한마디 못 하고 묵언수행을 했다"고 술회했다.

이어 "고비는 들기름과 간장을 넣어 볶아야 하고, 도라지를 들기름과 소금으로 하얗게 볶는 거야. 탕국도 들기름에 무를 넣고 푹 끓이다가 북어를 나중에 넣어라. 다 흩어지니까.

하나씩 해보면서 조금씩 알아갔지만 무엇을 해도 어머님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고 썼다.

그는 그러나 지금 "세 아이의 엄마로 대가족을 이뤄 살고 있다.

가족이 있어 울고, 웃고, 가족이 있어 외롭지 않고 든든하다"고 말했다.

아직도 맹위를 떨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생이별을 다문화 가족도 피하지 못했다.

2019년 말 베트남에서 한국 남성과 결혼하고 한국 대학교에 유학할 예정인 베트남 여성은 한국에 있는 남편 가족이 코로나에 걸려 남편이 한국에 돌아가 간호해야 하는 바람에 신혼 생이별을 '전염병 대유행의 슬픔'이라는 제목으로 체험담을 써 대상을 받았다.

이 베트남 새댁은 6개월간 이별로 생긴 원망이 인천공항에 내렸을 때 마중 나온 남편을 보는 순간 모두 사라졌다면서 "코로나 덕에 부부간 함께 있는 시간이 값어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2년이 된 일본 여성은 부친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일본에 건너갔지만, 코로나 탓에 면회도 못 한 채 장례를 치른 경험을 '소중한 가족에게'라는 제목으로 써 우수상을 탔다.

한국에 와서도 격리 생활을 하면서 코로나 덕분에 가족의 소중함을 여러 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중국인 아내를 둔 한국 남성이 딸이 학교에서 겪은 차별과 따돌림 탓에 속상했던 이야기를 '꽃길만 걷게 해줄게'라는 제목의 체험담을 써 우수상을 받았다.

이주 청소년 부문에서는 베트남 출신 엄마를 따라 베트남에서 중학교에 다녔고 한국에서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다문화 가정 연구 인터뷰에 응한 일화를 써서 대상을 받았다.

또 학교생활에서 중국 엄마를 둬 놀림을 받지만, 중국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며 '우리 엄마는 중국 사람이에요'라는 제목의 체험담을 쓴 초등학교 5학년생이 우수상을 받았다.

대상 수상자에게 상금 100만 원을 주는 체험담 시상식은 지난해 12월 진행됐고, 공모작은 이 행사를 주관한 숙명여대 아시아 여성연구원 홈페이지에 조만간 게시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