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11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현장 실사를 본격화함에 따라 양사 간 통합 작업이 9부 능선을 넘고 있다. 특히 두 회사의 실적이 화물 부문 물량 증가에 힘입어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통합으로 동반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조금씩 잦아들고 있다. 한진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와 산업은행의 통합 계획안 승인 등을 거쳐 연내 통합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두 달간 현장실사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꾸려진 대한항공 인수위원회는 법률자문과 회계실사를 각각 담당하는 김앤장, 화우, 삼정KPMG 등과 함께 이날 아시아나항공 현장 실사에 나섰다. 기획·재무·여객·화물 등 각 사업부 실무진으로 구성된 대한항공 워킹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사업장을 순차적으로 방문하기로 했다. 서류로 제출된 실사 내용을 직접 확인하고, 서류상 드러나지 않은 잠재 부실을 찾기 위해서다.
앞서 50여 명으로 구성된 대한항공 실사팀은 아시아나항공에 방대한 세부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아시아나항공 본사뿐 아니라 계열사 자료까지 포함됐다. 실사팀은 아시아나개발 에어서울 등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를 집중적으로 분석 중이다.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거나 부실 자산으로 판명되면 매각 또는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모두 채권단 관리 아래 있어 부실 자산을 떠안을 여유가 없다”며 “통상적인 인수합병(M&A) 실사보다 높은 강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사팀은 두 달여간 현장 실사를 벌인 뒤 통합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이 계획을 산업은행이 승인하면 곧바로 통합 작업이 이뤄지게 된다.

동반 부실 우려 털어내야

정부 주도로 통합 작업이 이뤄지는 만큼 통합에 큰 걸림돌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그럼에도 ‘넘어야 할 산’은 있다.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가 첫 번째다.

한진은 오는 14일 공정위에 양사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 교란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본다. 양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절대적이긴 하다. 하지만 공정위가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회생 불가능한 기업에 한해 기업결합 심사를 허용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위는 작년 4월 이스타항공을 회생 불가 기업으로 보고 제주항공과의 결합을 승인했다.

통합 계획안에 대한 산업은행의 승인도 이뤄져야 한다. 한진은 오는 3월 17일까지 최종 통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양사 간 동반 부실 가능성을 가장 경계한다. 이 우려를 불식하려면 통합 이후 양사 간 시너지 효과를 크게 낼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계획안에 담겨야 한다. 업계에선 산업은행 승인이 공정위 결합 심사 통과만큼 어려운 ‘과제’라는 얘기도 나온다. 양사 일부 노조의 통합 반대와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 불황, 해외 대형 항공사와의 경쟁 상황을 모두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물운임 상승에 실적 개선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증권업계에선 대한항공이 작년 4분기 1200억원대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객 사업부가 코로나19 탓에 여전히 부진하지만, 화물 사업부가 선전한 결과다. 항공 화물운임은 작년 11월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미주 노선의 작년 12월 화물 운임은 ㎏당 7.5달러로, 큰 폭으로 올랐던 작년 2분기(6.4달러)보다 높았다. 코로나19 백신 수송이 본격화하면 화물 운임은 더 상승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작년 4분기 영업 흑자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