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에 사흘, 토론에 이틀 할애하고도 신중…5년전 대회 땐 3일차에 결정서 채택
북한 당대회, 사업총화 결정서 아직 채택 안해…대회 길어질 듯(종합)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닷새에 걸쳐 당 중앙위원회의 사업총화(결산) 보고와 토론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내리지 않아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전날 열린 당대회 5일차 회의 소식을 전하면서 '첫째 의정(안건)'인 당 중앙위 사업총화 보고의 결론이 담긴 결정서를 "새로 선거되는 제8기 당 중앙지도기관이 결정서 초안 작성위원회를 구성하고 부문별 협의회들에서 창발적이며 건설적인 의견들을 종합한 다음 대회에서 심의하여 채택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당초 영문으로 같은 내용을 "The congress decided to examine and adopt the resolution on the first agenda item at the next congress"라고 보도해 '다음 대회에서(at the next congress)' 결정서를 채택할 것처럼 표현했다.

그러나 이날 정오 현재 중앙통신 사이트에 게시된 기사에는 '다음 대회에서'라는 표현이 빠져 있다.

추후에 기사를 고치면서 해당 부분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 보도에서도 리춘히 아나운서가 "의견들을 종합한 다음, 대회에서 심의하여"라고 띄어 읽어 이번 대회가 이어지는 후속 기간에 결정서가 채택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이번 당대회에서는 대회 5일차까지도 당 중앙위 사업총화 보고에 대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5∼7일 사흘에 걸쳐 보고하고, 8∼9일 이틀을 할애해 당대회 대표자들이 토론을 벌인 이후에도 곧바로 결론을 내지 않은 것이다.

보도 내용을 보면 결정서 채택까지는 아직도 8기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 초안 작성위 구성, 각계 의견 취합의 세 단계가 남았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 이들 세 단계를 모두 거쳐서 결정서를 채택한다면 이번 당대회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2016년 나흘 일정으로 열린 7차 당대회에서는 1∼2일차에 김정은 위원장이 개회사와 사업총화 보고를 하고 나서, 3일차 회의에서 곧바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에 대하여'라는 결정서가 채택됐다.

1980년 10월에 열린 6차 당대회 때도 당시 김일성 당 총비서가 첫날 사업총화 보고를 하고 폐회 전날인 4일차에 결정서를 채택했다.

북한 당대회, 사업총화 결정서 아직 채택 안해…대회 길어질 듯(종합)
이런 전례와 견주면 이번 대회에서 북한이 사업총화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데 과거보다 더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당을 국정 운영의 중심에 놓고 이른바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면모를 보이려고 사업총화 결정서 채택도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부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8차 당대회 일정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번 대회 4대 안건인 ▲ 당 중앙위 사업총화 ▲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 ▲ 당 규약 개정 ▲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 중에서 5일차까지 마무리된 것은 당 중앙검사위 사업총화와 당 규약 개정 둘뿐이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당대회에 맞춰 열병식을 준비 중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대회는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북한은 1970년 5차 당대회를 총 12일에 걸쳐 진행한 전례가 있고, 1956년과 1961년 열린 3∼4차 대회도 각각 7일과 8일 동안 이어졌다.

다만, 이달 하순에 최고인민회의가 예정된 데다 코로나19·경제난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당 대표자들이 평양에 장기간 머무는 데도 부담이 있을 것임을 고려하면 대회가 무작정 길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