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아동·장애인 복지시설, 방범대 등 봉사활동
냉난방 전문·조리·심리상담 등 자격증 30여 종 보유

"나눔은 중독입니다.

한 번만 해보세요.

"
[#나눔동행] 봉사활동 3천302시간…"나눔은 중독" 해군 정용호 원사
공식적인 봉사 시간만 '3천302시간 59분'인 해군 잠수함사령부 93전대 잠수함 지원반 정용호(47) 원사의 말이다.

정 원사는 2010년 2월 경기 평택 해군기지에서 근무할 당시 후배 부사관의 권유로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월요일 출근부터 기분이 좋아 보였던 후배 부사관이 정 원사에게 "주말에 장애인 복지시설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는데,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

함께 해보겠느냐"고 물은 것이다.

첫 봉사활동에서 정 원사는 반나절 동안 쉴 틈 없이 장작을 패면서 몸은 고단했다.

하지만 즐거웠다.

정 원사는 "군 생활을 하다 보면 봉사 활동할 기회가 많지만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며 "그런데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해보니,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것과는 기분이 매우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하면 하기 싫은데, 스스로 공부를 꼭 해야겠다 마음먹으면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과 비슷했다"며 웃어 보였다.

물론 그도 혼자 하는 봉사활동이 익숙지 않아 '쭈뼛쭈뼛'했던 시절도 있었다.

정 원사가 2012년 경남 진해에서 근무했을 때 동창생 10명과 노인 복지시설에서 주말 봉사활동을 약속했지만, 약속 당일 정 원사 외에 아무도 오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당시 정 원사는 혼자 봉사활동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주로 2인 이상 함께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해 온 그에게 혼자서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어색했기 때문이다.

그때, 그를 본 50대 봉사자가 "왜 여기 있느냐, 봉사활동 하러 왔으면, 나와 같이 들어가자"며 그를 이끌었다.

[#나눔동행] 봉사활동 3천302시간…"나눔은 중독" 해군 정용호 원사
손가락 10개 중 6개가 성치 않았던 50대 봉사자는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이지만, 사실은 내가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하는 일"이라며 그날 누구보다도 숙련된 솜씨로 맡은 바에 최선을 다했다.

정 원사는 "그날 그 봉사자와 둘이서 8시간 동안 천 기저귀 세탁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부끄러운 감정이 들었다"며 "그리고 앞으로는 봉사활동을 망설이며 눈치 보지 않기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그는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을 했다.

평택과 진해, 부산 등에서 민간봉사단체 회원으로 활동하며 환경미화 활동부터 노인과 아동·장애인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10여 곳이 넘는 복지시설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다.

정 원사는 그동안 취득한 30개 넘는 국가공인 자격증 기술을 봉사활동에서도 야무지게 쓰고 있다.

보일러 산업기사와 공조냉동기계 산업기사 등 냉난방 전문 자격증은 물론, 한식·양식 조리 자격증과 심리상담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는 "특히 복지시설 냉난방기기가 고장 나면 내 손으로 직접 고칠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원사는 2019년 제주로 와서부터는 이제껏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파출소 자율방범대 활동이 그것이다.

[#나눔동행] 봉사활동 3천302시간…"나눔은 중독" 해군 정용호 원사
정 원사로 시작된 방범 활동은 모두 7명이 참여하는 해군 방범대로 확대되기까지 했다.

방범대는 도로에 누워있는 만취 관광객을 발견해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도 했으며, 치매 노인을 직접 찾아 무사히 집으로 보내기도 했다.

요즘은 겨울철 수확한 감귤과 한라봉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야간 순찰에도 열심이다.

정 원사는 "방범대 활동은 무엇보다 지역민과 함께 할 수 있어 신이 난다"며 "군부대와 집만 오가다 봉사활동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니 재밌고, 생각도 넓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도 봉사활동을 계속해서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원사는 "봉사활동은 나 스스로가 정신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성숙해지는 계기가 된다"며 "오늘의 봉사활동이 내일의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매우 설렌다"고 말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