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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버스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더 비싼 요금을 내고 우등이나 프리미엄 버스를 탈 수밖에 없어요.
"
업무상 지방을 자주 다니는 유지명씨는 최근 고속버스 예매 사이트를 보고 당황스러웠다.
이용하려는 동해-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울경부) 노선을 운행하는 일반 고속버스가 한 대도 없어 비싼 우등 고속버스를 예약해야 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한 일반 고속버스 운행이 줄어들고 있어 교통비가 늘어난다는 하소연이 버스 이용객 사이에서 나온다.
◇ 주말 동해-서울터미널 일반 버스 전무…1만원 비싼 프리미엄은 8회 운행
8일 고속버스 예매 사이트에 접속해 9일 동해발 서울경부행 노선을 검색하자 일반 버스는 주말 요금(이하 성인 기준)이 1만7천500원이라고 명시돼 있었지만 운행 횟수는 0회였다.
요금이 1만1천원 더 비싼 프리미엄 버스(2만8천500원)가 8회 운행되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요금이 2만5천800원인 우등 버스는 5회 운행됐다.
해당 노선을 이용하려는 승객은 일반 버스보다 8천원 이상 비싼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다른 노선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같은 날 서울경부발 부산행 노선에서 우등 버스는 10회, 프리미엄 버스는 11회 운행됐지만 일반 버스는 1회에 그쳤다.
일반 버스보다 요금이 2만7천원가량 비싼 심야 프리미엄 버스나 심야 우등 버스는 각각 2회 운행됐다.
호남선 등 다른 노선에서도 우등 버스가 일반 버스 대비 두배 이상 많이 운행됐다.
우등 버스와 프리미엄 버스가 각각 1992년과 2016년에 도입된 이후 일반 버스 운행 횟수를 꾸준히 잠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2017년 공개한 프리미엄 버스 도입 전후 버스 등급별 운행횟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2개 노선 중 11개 노선에서 프리미엄 버스가 도입된 후 일반 버스와 우등 버스의 운행 횟수가 21~22% 감소했다.
◇ "고속버스 요금 인상과 마찬가지…일반 버스 최소 운행 보장해야"
일반 버스 운행 축소가 교통요금 인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씨는 "승객이 각자 사정에 따라 버스 종류를 선택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결국 비싼 요금의 버스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전반적인 고속버스 요금 인상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평소 학교가 있는 서울과 본가가 있는 경남 거제를 오가기 위해 고속버스를 이용한다는 대학생 김모씨(24)도 "그동안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일반 버스를 이용했지만 최근 운행 횟수가 하루 1회로 줄었다"며 "우등 버스를 왕복 이용할 경우 지불해야 할 2만원 이상 추가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속버스가 공공 영역인 만큼 많은 서민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명예교수는 "고속버스 운행을 담당하는 민간기업이 이익 추구를 위해 버스 등급별 운행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대중을 위한 교통수단이기에 정부가 일반 버스를 하루에 일정 비율이나 일정 횟수 이상 운행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고속버스의 고급화는 대중교통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향해야 한다"면서도 "시군단위로 지역간 대중교통 이용 비용을 주기적으로 분석해 기본 수준의 대중교통수단을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버스 수준이나 환경이 더 좋아지는 것을 바라는 시민의 수요도 많다"며 "고속버스가 서민의 교통수단이라는 점 역시 고려해 (저렴한) 일반 버스를 완전히 없애지는 않고 최소 수준으로는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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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