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 외치던 정치권…새해 첫 국회부터 규제法 줄줄이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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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등 14건 통과
중대재해법 '날림 입법' 논란
법안심사 한달 반 만에 법 제정
'제2 타다금지법' 우려 생활물류법
소위·전체회의 하루 만에 통과
아동학대 금지법도 급조 지적
중대재해법 '날림 입법' 논란
법안심사 한달 반 만에 법 제정
'제2 타다금지법' 우려 생활물류법
소위·전체회의 하루 만에 통과
아동학대 금지법도 급조 지적
국회가 8일 올해 첫 본회의를 열어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물법) 제정안 등 14건의 법안을 처리했다. 여당이 “민생회복과 경제도약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는 연초 약속과 달리 각종 규제와 법안을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본회의 법안 표결에서 일부 의원은 법안 처리에 직·간접적으로 불만을 내비쳤다. 민주당에서는 이원욱 의원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고 김경만·장철민 의원은 표결에서 기권했다. 반대 토론에 나섰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일본 같은 경우 주요 법안을 5~10년간 토론과 조정을 통해 만들어 내는데 우리나라는 한두 달 만에 뚝딱 만든다”며 “이러니 매년 헌법재판소에서 국회를 통과한 법률의 위헌 판결이 십수 건씩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된 생물법 제정안도 지난달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하루 만에 통과했다. 법안은 화물차와 오토바이만 택배·배달 등 운송 수단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자전거·승용차 등을 이용한 쿠팡 플렉스, 배민 커넥트 등 신산업이 법망 밖으로 밀려날 전망이다. 일부 야당 의원은 깊이 있는 법안 심사를 거치자고 제안했지만 “택배 노동자 보호를 위한 입법이 시급하다”는 여당 주장에 밀려 힘을 쓰지 못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생물법은 제정법이니 우리가 1독회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대충 통과시키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법 개정안은 법에 규정된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관련 법안들은 이미 국회에 여러 건 발의돼 있었지만 정치권은 지난 2일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정인이 사건이 소개돼 국민적 공분을 사자 그제야 관련 입법에 나섰다. 아동학대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뤄온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는 6일 SNS를 통해 “많은 법을 심사하고 이틀 뒤 본회의 통과까지 시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여론 잠재우기식이 아닌 아동 최우선의 이익을 고려해 (법안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법에 규정된 징계권 조항 삭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징계권 조항을 삭제해 아동학대 가해자들이 체벌을 훈육으로 합리화하지 못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징계권을 삭제하면 자녀의 보호·교양을 위해 불가피하거나 부득이 이뤄지는 체벌까지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복합쇼핑몰도 월 2회 영업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반발이 큰 법안이지만 민주당은 법안을 더 이상 늦추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만난 자리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을 이번에 처리하겠다”며 법안 처리 의지를 확고히 했다.
‘공무원 특혜 채용’ 비판을 받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에 관한 특별법(아특법) 개정안도 내달 처리가 유력시된다. 지난해 소관 상임위에서 의결된 후 계류 중인 아특법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의 유효기간을 5년 연장하고 광주에 있는 공공기관인 ‘아시아문화원’ 소속 직원을 별도 시험 없이 공무원으로 채용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민주당에서도 반대표 던져
중대재해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11월 26일 논의를 시작한 지 불과 한 달 반 만에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제계와 노동계, 여야 의원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법이지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처리 시한을 못 박은 탓에 법 부작용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제정이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실제로 이날 본회의 법안 표결에서 일부 의원은 법안 처리에 직·간접적으로 불만을 내비쳤다. 민주당에서는 이원욱 의원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고 김경만·장철민 의원은 표결에서 기권했다. 반대 토론에 나섰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일본 같은 경우 주요 법안을 5~10년간 토론과 조정을 통해 만들어 내는데 우리나라는 한두 달 만에 뚝딱 만든다”며 “이러니 매년 헌법재판소에서 국회를 통과한 법률의 위헌 판결이 십수 건씩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된 생물법 제정안도 지난달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하루 만에 통과했다. 법안은 화물차와 오토바이만 택배·배달 등 운송 수단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자전거·승용차 등을 이용한 쿠팡 플렉스, 배민 커넥트 등 신산업이 법망 밖으로 밀려날 전망이다. 일부 야당 의원은 깊이 있는 법안 심사를 거치자고 제안했지만 “택배 노동자 보호를 위한 입법이 시급하다”는 여당 주장에 밀려 힘을 쓰지 못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생물법은 제정법이니 우리가 1독회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대충 통과시키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인이 법’도 급조 논란
지난해 10월 16개월 입양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하는 이른바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아동학대 관련 법안들도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민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아동학대처벌법)은 지난 6~7일 단 두 차례의 소위심사를 거쳐 법사위를 통과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 신고 시 경찰이 즉각적인 조사·수사에 착수하도록 하고 피해 아동에 대한 응급조치 기간은 3일에서 최대 5일로 늘리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민법 개정안은 법에 규정된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관련 법안들은 이미 국회에 여러 건 발의돼 있었지만 정치권은 지난 2일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정인이 사건이 소개돼 국민적 공분을 사자 그제야 관련 입법에 나섰다. 아동학대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뤄온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는 6일 SNS를 통해 “많은 법을 심사하고 이틀 뒤 본회의 통과까지 시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여론 잠재우기식이 아닌 아동 최우선의 이익을 고려해 (법안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법에 규정된 징계권 조항 삭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징계권 조항을 삭제해 아동학대 가해자들이 체벌을 훈육으로 합리화하지 못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징계권을 삭제하면 자녀의 보호·교양을 위해 불가피하거나 부득이 이뤄지는 체벌까지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월 임시국회도 논란 입법 줄줄이 대기
다음달 열리는 임시국회에서도 논란이 큰 법안들이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관련 업계 등의 반발이 큰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민주당 정책위원회는 복합쇼핑몰도 월 2회 영업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반발이 큰 법안이지만 민주당은 법안을 더 이상 늦추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만난 자리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을 이번에 처리하겠다”며 법안 처리 의지를 확고히 했다.
‘공무원 특혜 채용’ 비판을 받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에 관한 특별법(아특법) 개정안도 내달 처리가 유력시된다. 지난해 소관 상임위에서 의결된 후 계류 중인 아특법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의 유효기간을 5년 연장하고 광주에 있는 공공기관인 ‘아시아문화원’ 소속 직원을 별도 시험 없이 공무원으로 채용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