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문제, 정부·국회 주도하에 사회적 합의 거쳐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월 임대료 100만원을 매달 건물주에게 내고 있다.

고양시장 "착한 임대인 찾기 전에 착한 제도 만들어야"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천 명을 넘나들며 식당 내 테이블은 눈에 띄게 텅 비었고 저녁 9시까지 집합 제한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임대료는 매출과 관계없는 고정비용으로, A씨는 "이제는 가게 보증금이라도 차감해야 할 판"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새해 첫날 대구의 한 헬스클럽 관장이 생활고를 비관한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임대료 인하 논의'의 불씨가 다시 점화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수많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자영업자들의 부담감이 얼마나 큰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6일 고양시에 따르면 이재준 시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임차인이나 임대인 한쪽에 폭탄 돌리듯 부담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가 즉각 사회적 합의를 주도하고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등 재난으로 영업 중단 조처가 내려질 경우 임대료를 전액 감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사유재산권 침해나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또 졸지에 임대료 전액을 받지 못하게 되는 임대인의 손실에 대해서는 보상방안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이 시장은 "선량한 임대인을 악으로 매도하고 이들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맞는 말"이라며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지난 1년 동안 집합 제한, 집합 금지 등 고강도의 방역 조치에 묵묵히 따르고 고통을 전적으로 떠안아 왔음에도, 이들의 재산권 침해는 다수의 안전이라는 방역 논리에 묻혀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대료 감면 운동이 임차인과 임대인의 '편 가르기'가 된 것은 근본적으로 고강도의 방역 조치나 임대료법 개정안이 아니라 제도의 부재 때문"이라고 주장.
그는 "사회재난이나 자연 재난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큰 타격을 보는 약자에 대한 제도적 보호망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재난은 분담할 수 없을지라도, 재난의 고통은 제도를 통해 분담할 수 있다.

재난의 고통을 소상공인이 일방적으로 감내하게 하고 폐업 위기까지 방치하는 것은 공공의 직무 유기"라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임대료는 첨예한 문제인 만큼 이 새로운 제도를 공공 주도로 만들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 주도하에 임대료 문제를 공론화하고, 각 경제주체의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대료 감면) 50% 이상은 임대인에게 또 다른 부담 떠넘기기가 될 것"이라며 집합 금지 시 30%, 집합 제한 시 15%의 임대료 감면을 제안했다.

특히 대출을 받아 건물을 매입한 '생계형 임대인'을 위해 상환유예, 이자 상환 연기 등으로 손실을 보전하고, 임대료 감면 시 임대인의 소득세나 법인세에서 50%를 감면하는 조세제한특별법의 특례규정을 상시규정으로 개정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