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설정부터 배경, 구성까지 한 편의 뮤지컬 공연을 보는 듯하다. 넷플릭스에서 지난달 11일 공개한 ‘더 프롬’은 뮤지컬 영화 가운데서도 뮤지컬 장르의 특성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뮤지컬 팬들을 위한 다양한 오마주의 향연도 펼쳐진다. 이를 통해 영화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장을 찾기 어려운 요즘, 뮤지컬에 대한 향수를 한껏 불러일으킨다.

‘더 프롬’은 미국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스타였지만 인기가 식으며 퇴물이 돼버린 배우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퇴물이 된 배우들은 메릴 스트리프, 제임스 코든, 니콜 키드먼 등이 연기한다. 이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졸업파티(프롬)에 갈 수 없게 된 소녀 에마(조 앨런 펄먼)를 돕기로 한다.

스토리 구성과 주제는 단순하다. 사람들의 편견,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소신을 지키는 에마, 그리고 에마를 돕기 위한 배우들의 어설프지만 재밌는 행동이 전개된다. 하지만 뮤지컬 배우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 작품 안에 또 다른 뮤지컬 공연이 반복해 나온다는 점에서 뮤지컬 공연 자체를 보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뮤지컬 ‘그리스’와 ‘시카고’ 등을 오마주한 장면 연출도 돋보인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학생들이 서로 사랑하고 우정을 나눈다는 점에서 ‘그리스’와 비슷하다. 무도회를 여는 장면, 경쾌한 음악 등도 ‘그리스’를 떠올리게 한다. ‘시카고’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니콜 키드먼은 뮤지컬 ‘시카고’의 주인공 록시 하트를 연기하고 싶어하는 만년 코러스 앤지 역을 연기한다. ‘시카고’를 연상시키는 복장으로 노래를 부르고, 에마의 자신감을 키워주기도 한다.

메릴 스트리프 등 할리우드 최고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와 탁월한 노래 실력도 돋보인다. 동성애자 배우를 연기한 제임스 코든은 내면의 아픔을 절실하게 그려낸다. 키드먼의 비중은 높진 않지만, 록시 하트 같은 섹시하고 도도한 모습을 발산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