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가 새해부터 이중 통화 제도를 폐지하고 단일 통화제로 돌아갔다.

새해부터 쿠바에서는 1994년 이래 통용됐던 태환 페소(CUC·쿡·세우세)가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은행 현금지급기에선 더 이상 CUC 지폐를 인출할 수 없고, 국영 상점의 거스름돈도 CUC이 아닌 일반 페소로만 지급된다.

1994년 이후 최근까지 쿠바에선 MN(국영화폐)으로도 불리는 일반 쿠바 페소(CUP·쿱·세우페·모네다 나시오날)와 CUC가 공존해왔다. 정부가 외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한 CUC는 '1달러=1페소'로 고정돼 주로 외국인들이 쓰는 화폐다. 쿠바에 여행을 간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이용하는 곳에서는 CUC가 통용됐다.

일반적으로 '1CUC=24∼25CUP'의 비율로 교환할 수 있다. 정부가 국영 수입업체 등에는 '1CUC=1CUP'의 환율을 적용해주는 등 서로 다른 환율이 존재했다. 독특하고 복잡한 이중통화 제도로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외국기업의 투자도 어려워지자 쿠바 정부는 CUC을 폐지하고 CUP으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24 CUP은 1달러의 가치를 갖게 된다.

약 1년 전부터 이중통화 폐지 방침을 시사하고 시기를 저울질해온 쿠바 당국은 CUC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단일통화제가 제대로 자리 잡으면 쿠바 경제에 투명성이 더해지고 외국인 투자도 유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단기적으로는 물가 상승 등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사실상 달러 대피 쿠바 페소의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데다, 수입업체들이 받던 '1달러=1페소'의 우대 환율이 사라져 물품 가격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전기와 교통 요금 등도 줄줄이 오르게 됐다. 지난 2일 AFP통신에 따르면 쿠바 당국도 160%의 물가 상승률을 예측했다. 미국 제재 강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 쿠바의 생필품난이 악화하고 있는데, 가파른 물가 상승을 우려해 주민들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물가 인상의 충격을 덜기 위해 정부는 새해부터 최저임금을 월 400페소(약 1만7000원)에서 2100페소로 인상했다. 연금과 다른 보조금 등도 올렸다. 그러나 5배 넘는 임금 인상으로도 오른 물가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데다 민간 부문 종사자들은 그나마 임금 인상도 적용받을 수 없다.

아바나 시민 유스벨 포소(36)는 AFP통신에 "모두가 걱정하고 있고, 쿠바인들은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며 "전기 요금이 오르고 식품 값도 뒤이어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