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가족] ① 배우자 없이 아이 키우는 게 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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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라지고 출생신고조차 못하는 `투명인간' 아이들
이혼 후 출산한 여성에 차별적 시선…고향 떠나 홀로서기
[※ 편집자 주 = 2021년 우리 사회에서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 일컬어지는 가족은 오늘날 그 의미와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 법과 제도,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이성 배우자 간 혼인을 거쳐 성립된 전통적 의미의 가족만을 '정상가족'으로 규정하는 데 머물러 있습니다.
이에 연합뉴스는 혼인에 기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적 보호망에서 소외되거나 차별적 시선을 받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우리 사회가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어떻게 끌어안아야 하는지 짚어봤습니다.
] 대구에 사는 장철민(가명·35)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두 아이 하민(가명·3)양과 하늘(가명·1)군을 홀로 키우는 `한부모' 아빠다.
이 아이들은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이다.
병원에서도 비급여로 진료를 받아야 하고, 어린이집도 가지 못한다.
이들의 출생신고를 할 권한을 지닌 친모 A씨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이들의 친부 장씨와 친모 A씨는 혼인신고 없이 동거를 시작했다.
A씨는 전 남편과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하민이의 출생신고를 차일피일 미뤘다.
뒤이어 하늘이가 태어나자 "하민이의 출생신고를 먼저 해줘야 한다"며 또다시 출생신고를 연기했다.
그러다 어느 날 연락처를 바꾸고 사라졌다.
홀로 남겨진 장씨는 가정법원에 친생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 신청을 했지만, 재판부는 장씨가 아이 엄마의 이름 등 인적사항을 안다는 이유로 지난달 이를 기각했다.
친자 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를 받을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가족관계등록법은 '혼인외 출생자의 신고는 어머니가 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어머니의 성명·등록기준지·주민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만 미혼부가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다는 단서를 두고 있다.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미혼부의 출생신고가 가능해 장씨가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장씨는 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예쁘게 잘 키우고 싶으니 제발 출생신고 좀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는데 안 된다니 힘이 쫙 빠지더라"며 "아이 엄마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마냥 기다릴 수가 없다"고 했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두 아이에게는 의료 혜택도 없다.
둘째 하늘이는 기본적인 예방접종도 아직 받지 못했다.
정부의 양육비 지원 대상도 아니며, 지자체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도 받을 수 없다.
이에 장씨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빚을 져가며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는 "큰 애가 어디서 봤는지 가방 같은 걸 들고 '아빠, 어린이집 어린이집' 하면서 거의 노래를 부른다"며 "하민이의 소원대로 어린이집에 갈 수 있도록 어떻게든 출생신고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장씨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다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 `이혼한 미혼모'에 쏟아진 차별적 시선…고향 떠나기도
"사람들 시선이 따가워 도망치다시피 제주도에 오게 됐죠."
홀로 아들 셋을 키우는 민주희(가명·42)씨는 이혼한 여성이며 미혼모다.
주변의 차별적 시선에 상처를 받은 그는 고향을 떠나 현재 연고가 전혀 없는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
첫째 준수(가명·13)와 둘째 준영(가명·11)이는 이혼한 전 남편 사이에서, 셋째 준하(가명·4)는 재혼을 준비하던 남성 사이에서 태어났다.
준하 아빠는 준하가 민씨 태중에 있을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혼 후 준하를 출산한 민씨를 둘러싸고 주변 사람들은 온갖 거짓 소문을 퍼뜨렸다.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상처를 받는 일까지 생기자 그는 결국 고향 부산을 떠났다.
연고가 전혀 없는 타지에서 형편은 어려워졌지만,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에서 벗어나 마음은 편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아빠의 존재를 당연시하는 사회에서 당혹스러운 순간을 마주할 때가 많다.
첫째의 학교에서는 아빠들의 참여도를 보겠다며 '아빠 동반 운동회'를 열었고, 막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엄마·아빠 사진이 나온 가족사진을 벽에 붙이겠다며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어쩔 수 없이 할머니와 찍은 가족사진을 아이 편에 보냈지만, 혹여 아이가 "너는 왜 아빠가 없냐"는 소리라도 들을까 봐 마음이 불편하다.
민씨는 "요즘은 나와 같은 한부모가 많을 텐데 지금까지 엄마·아빠가 나온 가족사진을 요구하는 것이 속상하다"면서도 "선생님께 아이를 맡기는 입장에서 항의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 자체가 행복이고 즐거움이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미혼모가 감수해야 하는 사회적 차별이 만연해 있다"고 했다.
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은 "혼자서 아이를 키우겠다는 이들이 더는 숨지 않고 당당하게 세상에 나와 양육할 수 있도록 편견의 시선을 거둬야 한다"며 "결혼 밖에서도 아이를 잘 양육할 수 있도록 국가의 지원체계가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혼 후 출산한 여성에 차별적 시선…고향 떠나 홀로서기
[※ 편집자 주 = 2021년 우리 사회에서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 일컬어지는 가족은 오늘날 그 의미와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 법과 제도,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이성 배우자 간 혼인을 거쳐 성립된 전통적 의미의 가족만을 '정상가족'으로 규정하는 데 머물러 있습니다.
이에 연합뉴스는 혼인에 기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적 보호망에서 소외되거나 차별적 시선을 받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우리 사회가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어떻게 끌어안아야 하는지 짚어봤습니다.
] 대구에 사는 장철민(가명·35)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두 아이 하민(가명·3)양과 하늘(가명·1)군을 홀로 키우는 `한부모' 아빠다.
이 아이들은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이다.
병원에서도 비급여로 진료를 받아야 하고, 어린이집도 가지 못한다.
이들의 출생신고를 할 권한을 지닌 친모 A씨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이들의 친부 장씨와 친모 A씨는 혼인신고 없이 동거를 시작했다.
A씨는 전 남편과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하민이의 출생신고를 차일피일 미뤘다.
뒤이어 하늘이가 태어나자 "하민이의 출생신고를 먼저 해줘야 한다"며 또다시 출생신고를 연기했다.
그러다 어느 날 연락처를 바꾸고 사라졌다.
홀로 남겨진 장씨는 가정법원에 친생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 신청을 했지만, 재판부는 장씨가 아이 엄마의 이름 등 인적사항을 안다는 이유로 지난달 이를 기각했다.
친자 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를 받을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가족관계등록법은 '혼인외 출생자의 신고는 어머니가 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어머니의 성명·등록기준지·주민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만 미혼부가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다는 단서를 두고 있다.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미혼부의 출생신고가 가능해 장씨가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장씨는 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예쁘게 잘 키우고 싶으니 제발 출생신고 좀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는데 안 된다니 힘이 쫙 빠지더라"며 "아이 엄마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마냥 기다릴 수가 없다"고 했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두 아이에게는 의료 혜택도 없다.
둘째 하늘이는 기본적인 예방접종도 아직 받지 못했다.
정부의 양육비 지원 대상도 아니며, 지자체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도 받을 수 없다.
이에 장씨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빚을 져가며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는 "큰 애가 어디서 봤는지 가방 같은 걸 들고 '아빠, 어린이집 어린이집' 하면서 거의 노래를 부른다"며 "하민이의 소원대로 어린이집에 갈 수 있도록 어떻게든 출생신고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장씨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다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 `이혼한 미혼모'에 쏟아진 차별적 시선…고향 떠나기도
"사람들 시선이 따가워 도망치다시피 제주도에 오게 됐죠."
홀로 아들 셋을 키우는 민주희(가명·42)씨는 이혼한 여성이며 미혼모다.
주변의 차별적 시선에 상처를 받은 그는 고향을 떠나 현재 연고가 전혀 없는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
첫째 준수(가명·13)와 둘째 준영(가명·11)이는 이혼한 전 남편 사이에서, 셋째 준하(가명·4)는 재혼을 준비하던 남성 사이에서 태어났다.
준하 아빠는 준하가 민씨 태중에 있을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혼 후 준하를 출산한 민씨를 둘러싸고 주변 사람들은 온갖 거짓 소문을 퍼뜨렸다.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상처를 받는 일까지 생기자 그는 결국 고향 부산을 떠났다.
연고가 전혀 없는 타지에서 형편은 어려워졌지만,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에서 벗어나 마음은 편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아빠의 존재를 당연시하는 사회에서 당혹스러운 순간을 마주할 때가 많다.
첫째의 학교에서는 아빠들의 참여도를 보겠다며 '아빠 동반 운동회'를 열었고, 막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엄마·아빠 사진이 나온 가족사진을 벽에 붙이겠다며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어쩔 수 없이 할머니와 찍은 가족사진을 아이 편에 보냈지만, 혹여 아이가 "너는 왜 아빠가 없냐"는 소리라도 들을까 봐 마음이 불편하다.
민씨는 "요즘은 나와 같은 한부모가 많을 텐데 지금까지 엄마·아빠가 나온 가족사진을 요구하는 것이 속상하다"면서도 "선생님께 아이를 맡기는 입장에서 항의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 자체가 행복이고 즐거움이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미혼모가 감수해야 하는 사회적 차별이 만연해 있다"고 했다.
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은 "혼자서 아이를 키우겠다는 이들이 더는 숨지 않고 당당하게 세상에 나와 양육할 수 있도록 편견의 시선을 거둬야 한다"며 "결혼 밖에서도 아이를 잘 양육할 수 있도록 국가의 지원체계가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