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경력 30년, 57세. 영업통 남성.’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연말 승진 인사에서 새로 부행장에 오른 24명의 평균적인 모습이다. 은행 부행장은 여·수신과 기획, 기업·투자금융, 디지털금융 등 각 분야를 실질적으로 총괄한다. 개인 집무실뿐 아니라 대형 세단 및 운전기사, 비서실 일정관리 등의 지원을 받는다. 연봉도 3억원대 이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행장은 ‘은행원의 별’로 여겨진다”며 “과거 직원 수백 명을 뽑았던 시기에 입사한 행원 중 많아야 4~5명이 오를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새로 '별'단 은행 부행장들…'57세, IB·영업통'

영업통, 기업·투자금융 전문가 ‘중용’

새로 '별'단 은행 부행장들…'57세, IB·영업통'
24명 부행장 승진자의 나이는 평균 57세였다. 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을 맡는 하정 부행장이 1967년생으로 가장 젊었다. 은행 특유의 ‘연공서열’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현대캐피탈, 삼성SDS 등을 거쳐 국민은행 테크부문을 맡게 된 윤진수 부행장을 제외하면 모두 대졸 행원으로 출발했다. 고졸 출신은 김성종 우리은행 부행장 한 명이었다. 입행 30년차에 이르는 대졸 출신이 대거 쏟아지면서 ‘상고 출신 전성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새 부행장 가운데 ‘영업통’이 10명이었다. 은행 관계자는 “부행장들은 고액자산가 영업과 기업 고객 관리, 지점 내부 인사관리 등 지점영업의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검증받은 인물”이라며 “지점 경력은 은행 업무의 총체라는 점에서 지점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이 은행 내부에서 중용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화된 트렌드에 맡게 투자금융 및 기업금융을 특기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 8명도 부행장에 올랐다. 신한은행 GIB(글로벌&그룹 투자은행)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정근수 부행장이 대표적 사례다.

새로 발탁된 부행장 중 여성이 이수경 농협은행 부행장 한 명에 그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는 평가다. 현재 은행 고위직은 과거 성별에 따라 직급체계가 달랐던 시기에 입사한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성비가 불균형하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간혹 ‘유리천장’을 깨는 사례가 있지만 부행장 아래인 본부장(상무)급을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은행에서 여성 부행장을 두고 유리천장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려면 앞으로 10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원의 별’ 올 들어 절반 교체

은행마다 적게는 5명(우리은행), 많게는 21명(신한은행)의 부행장을 두고 있다. 일선 영업조직을 담당하는 부행장은 수천 명을 거느리고 있고 여신그룹장 등 본부 부행장들도 300여 명의 업무를 지휘한다. ‘별 중의 별’ 은행장을 노릴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5대 은행에서 별 자리는 모두 54개다. 올해는 24개 자리가 새 얼굴로 바뀌었다. 신한은행에서 8명, 농협은행에서 6명이 새로 별을 달았다. 신한은행은 작년 말 ‘부행장보’ 직급을 부행장으로 통일시켜 자리가 총 21개로 늘었다. 국민, 우리은행에선 4명이 부행장을 달았고, 하나은행에선 2명이 부행장에 올랐다. 금융지주사와 계열사 간 협업을 강화하는 차원의 겸직 발령도 적지 않다. 김운태 국민은행 부행장은 KB금융지주 SME(중소기업)부문장을 함께 맡는다. 김성종 우리은행 부행장은 금융 정보기술(IT) 계열사인 우리FIS 대표를 함께 맡아 우리금융의 디지털 부문을 총괄한다.

김대훈/정소람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