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로부터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겸 앤트그룹 최대주주(사진)가 자신이 만든 TV 프로그램에서 퇴출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2일 보도했다.

당초 마윈은 '아프리카의 비즈니스 영웅들'이라는 TV 프로그램의 결승전에서 심사위원으로 출연할 예정이었다. 초보 기업인들이 마윈에게 직접 사업 구상을 발표하고, 참가자들끼리 경쟁을 벌이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우승자는 마윈재단으로부터 거액의 상금을 받는다.

FT는 최근 이 방송 프로그램의 웹사이트와 홍보영상에서 마윈이 일제히 삭제됐다고 전했다. 알리바바 측도 "스케줄 조율 문제로 마윈 창립자가 더 이상 결승전의 심사위원으로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마윈은 지난해 10월24일 상하이 와이탄 금융서밋에서 중국의 금융 시스템을 정면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국유 은행이 전당포 영업 관행해서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 금융 시스템의 문제는 기능의 부재" 등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이후 당국은 알리바바그룹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11월5일로 예정됐던 앤트그룹의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고, 금융지주사 설립 등 사업 재편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공식석상에서 마윈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아프리카의 비즈니스 영웅들' 결승전은 논란이 된 마윈의 연설 직후인 지난해 11월 촬영됐다. 한 참가자는 "결승전에 올라갔더니 심사위원이 마윈에서 루시 펑 알리바바 공동창업자로 교체돼 있었다"며 "그때 마윈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구나 하고 짐작했다"고 말했다. 결승전 촬영분은 올 봄으로 방송 일정이 미뤄졌다.

마윈이 공식적으로 이 경연대회에 대해 언급한 것은 지난 8월이 마지막이다. 그는 트위터에서 경연 대회에 참여하게 된 기업인 20명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그들을 빨리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