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만사] 변장관 등판으로 부동산 블루 치유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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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마물(魔物)이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부동산은 늘 뜨거운 감자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어려운 자리는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말이 있지만, 주택정책사령탑인 국토교통부 장관 자리도 그에 못지않다.
축구와 부동산에 관한 한 모두 할 말이 많고 의견이 분분하다.
결과에 냉정하기보다는 지극히 감정적이다.
축구는 이기기만 하면 만사형통이지만 부동산은 올라도 문제, 내려도 골머리다.
국민 자산의 70%가 부동산이니 집은 사실상 대부분 가정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
집값이 불안하게 흔들리면 국민은 밤잠을 설친다.
5억 원짜리 집이 10억 원으로 치솟아도 10억 원짜리가 20억 원으로 올랐다는 주변 얘기를 들으면 배가 아프다.
무주택자는 돈벼락 잔치에 초대받지 못해 울화가 치민다.
20억 원짜리가 40억 원짜리로 둔갑한 부동산 갑부는 오른 집값은 아랑곳없이 오른 세금에 화를 낸다.
이를 두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인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대한민국을 부동산 인질 사회라고 했다.
변창흠 장관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달라는 정부·여당의 대망(大望) 속에 지난달 29일 취임했다.
올해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선과 내년 대선이 부동산에 달렸다니 여권이 변 장관의 부동산 연금술에 목을 매는 건 당연할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상황을 반전시킬 한 방은 없다.
당분간은 기대를 접는 것이 마음 편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변 장관이 부동산 시장을 단기적으로 진정시킬 수 있는 수단은 별로 없다.
이 정부 들어 24차례 대책을 통해 금융, 세제, 공급 측면에서 동원 가능한 정책은 대부분 소진됐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풀린 막대한 유동성의 바다 위에 시장이 떠 있는 형국이어서 집값의 하방경직성은 견고하다.
어떻게든 '이생집망(이번 생에서 집 장만은 글렀다)'에서 벗어나려는 영끌·빚투 행렬과 정책의 미스매치(예컨대 임대차법이나 투기지역 지정)는 묘한 하모니를 이루며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변 장관의 취임 일성은 그동안 시장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공급 확대 약속이었다.
그는 주택시장의 불안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도심 내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방안을 설(2월 12일) 전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국민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수준의 맞춤형 주택을 속도감 있게 공급하겠다고도 했다.
그간의 수요 억제 정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서울 등 대도시에서 공급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정책의 균형을 잡고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변 장관은 최근 인사청문회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빌라 밀집 저층 주거지 등을 고밀 개발함으로써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준비된 장관으로 공급 확대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하지만 3기 신도시보다도 늦은 4∼5년 후에나 공급 효과가 나타날 대책이어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엔 너무 멀어 보인다.
공공이 개발을 주도하고 개발 특혜에 따른 이익을 환수하는 방식으로는 속도감 있는 공급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개발에 참여하는 민간에 인센티브가 있어야 하는데 과거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언급했던 것처럼 기대 수익률의 90%를 환수한다면 부지를 내놓을 땅 주인이나 주택 건설에 참여할 민간기업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작년 8·4대책에서 야심 차게 제시했던 5만 가구의 '공공 참여형 고밀 재건축' 계획이 공중에 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
변 장관이 구상하는 공급 정책의 성패는 개발 이익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이는데 이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집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기본적 인권 차원에서 향유해야 할 보금자리이기에 주택시장을 투기가 판치는 정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강한 신념을 관철하려 한다.
따라서 개발 이익이나 가격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을 철저히 환수하고 서민주거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갖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 주택 공급정책의 명칭엔 예외 없이 '공공'이 붙는다.
변장관 역시 이런 정책 기조를 강조하지만 공공 택지가 아닌 민간의 땅을 활용해 공급을 늘리려면 거부할 수 없는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장과의 타협은 불가피하다.
변 장관이 어떤 스탠스와 묘안으로 '서울 도심 내에 충분한 주택을 속도감 있게' 공급할지 관심이다.
/연합뉴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부동산은 늘 뜨거운 감자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어려운 자리는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말이 있지만, 주택정책사령탑인 국토교통부 장관 자리도 그에 못지않다.
축구와 부동산에 관한 한 모두 할 말이 많고 의견이 분분하다.
결과에 냉정하기보다는 지극히 감정적이다.
축구는 이기기만 하면 만사형통이지만 부동산은 올라도 문제, 내려도 골머리다.
국민 자산의 70%가 부동산이니 집은 사실상 대부분 가정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
집값이 불안하게 흔들리면 국민은 밤잠을 설친다.
5억 원짜리 집이 10억 원으로 치솟아도 10억 원짜리가 20억 원으로 올랐다는 주변 얘기를 들으면 배가 아프다.
무주택자는 돈벼락 잔치에 초대받지 못해 울화가 치민다.
20억 원짜리가 40억 원짜리로 둔갑한 부동산 갑부는 오른 집값은 아랑곳없이 오른 세금에 화를 낸다.
이를 두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인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대한민국을 부동산 인질 사회라고 했다.
변창흠 장관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달라는 정부·여당의 대망(大望) 속에 지난달 29일 취임했다.
올해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선과 내년 대선이 부동산에 달렸다니 여권이 변 장관의 부동산 연금술에 목을 매는 건 당연할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상황을 반전시킬 한 방은 없다.
당분간은 기대를 접는 것이 마음 편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변 장관이 부동산 시장을 단기적으로 진정시킬 수 있는 수단은 별로 없다.
이 정부 들어 24차례 대책을 통해 금융, 세제, 공급 측면에서 동원 가능한 정책은 대부분 소진됐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풀린 막대한 유동성의 바다 위에 시장이 떠 있는 형국이어서 집값의 하방경직성은 견고하다.
어떻게든 '이생집망(이번 생에서 집 장만은 글렀다)'에서 벗어나려는 영끌·빚투 행렬과 정책의 미스매치(예컨대 임대차법이나 투기지역 지정)는 묘한 하모니를 이루며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변 장관의 취임 일성은 그동안 시장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공급 확대 약속이었다.
그는 주택시장의 불안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도심 내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방안을 설(2월 12일) 전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국민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수준의 맞춤형 주택을 속도감 있게 공급하겠다고도 했다.
그간의 수요 억제 정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서울 등 대도시에서 공급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정책의 균형을 잡고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변 장관은 최근 인사청문회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빌라 밀집 저층 주거지 등을 고밀 개발함으로써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준비된 장관으로 공급 확대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하지만 3기 신도시보다도 늦은 4∼5년 후에나 공급 효과가 나타날 대책이어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엔 너무 멀어 보인다.
공공이 개발을 주도하고 개발 특혜에 따른 이익을 환수하는 방식으로는 속도감 있는 공급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개발에 참여하는 민간에 인센티브가 있어야 하는데 과거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언급했던 것처럼 기대 수익률의 90%를 환수한다면 부지를 내놓을 땅 주인이나 주택 건설에 참여할 민간기업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작년 8·4대책에서 야심 차게 제시했던 5만 가구의 '공공 참여형 고밀 재건축' 계획이 공중에 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
변 장관이 구상하는 공급 정책의 성패는 개발 이익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이는데 이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집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기본적 인권 차원에서 향유해야 할 보금자리이기에 주택시장을 투기가 판치는 정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강한 신념을 관철하려 한다.
따라서 개발 이익이나 가격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을 철저히 환수하고 서민주거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갖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 주택 공급정책의 명칭엔 예외 없이 '공공'이 붙는다.
변장관 역시 이런 정책 기조를 강조하지만 공공 택지가 아닌 민간의 땅을 활용해 공급을 늘리려면 거부할 수 없는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장과의 타협은 불가피하다.
변 장관이 어떤 스탠스와 묘안으로 '서울 도심 내에 충분한 주택을 속도감 있게' 공급할지 관심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