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 씨 "노래는 마음의 약…코로나 아픔도 어루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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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 밴드 '동물원' 멤버 겸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김창기 씨
'노래가 필요한 날' 지난달 출간
출퇴근길 등 일상속 상황 77곡
낮에는 의사로, 밤에는 가수로
"노래 앞에선 모두가 솔직해져
사람간 감정 따뜻하게 연결되길"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김창기 씨
'노래가 필요한 날' 지난달 출간
출퇴근길 등 일상속 상황 77곡
낮에는 의사로, 밤에는 가수로
"노래 앞에선 모두가 솔직해져
사람간 감정 따뜻하게 연결되길"
“머릿속에 늘 저만의 선곡표가 있어요. 마치 단편영화처럼 상황과 음악이 어우러져요. 그러면서 마음속 깊이 숨겨진 아픔이 정화되죠.”
포크 밴드 ‘동물원’ 멤버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창기 씨(사진)의 말이다. 낮에는 정신건강을 돌보는 의사로, 밤에는 가수로 살고 있는 김씨는 지난달 《노래가 필요한 날》(김영사)을 펴냈다. 출퇴근길, 사랑과 이별, 가족 간 갈등과 화해 등 일상 속 특정 상황에 맞는 노래 77곡을 소개하면서 이와 관련된 자신의 추억과 정신건강의학 지식 등도 알려주는 책이다. 김씨를 서울 도곡동 생각과마음의원에서 만났다.
김씨는 1987년 데뷔 이후 33년간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해왔다. 동물원으로 활동하면서 ‘널 사랑하겠어’ ‘혜화동’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여러 히트곡을 만들었다. 김광석의 ‘그날들’ ‘기다려 줘’ 등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영상을 연출하듯 작곡한다. 무엇을 나타내고 싶은지 방향과 감성을 잡은 뒤 화자의 시선이 어떻게 움직일지 상상한다고 했다.
“보통 노랫말이 먼저 떠올라요. 눈앞에 훅 지나가는 이미지를 가사로 붙잡아요. 거기에 멜로디를 얹으면 곡이 잘 나왔던 것 같습니다.”
노래 속 화자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소심한 생활인’이다. 작은 성취에도 어깨를 으쓱대고, 때로는 징징거리며 혼잣말을 한다. ‘훌륭한 어른’이 되고 싶지만 그 기준은 모른다. 그 모든 감성이 곡에 녹아 있다.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는 지친 하루에 찌든 모습으로 시청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옛 연인을 만난 머쓱함을 그렸다. ‘변해가네’는 사랑을 기대하지 않던 사람이 사랑에 빠진 기쁨을 묘사한다.
자신의 음악 활동에 대해선 “직장인 밴드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어설픈 작사·작곡가이지 않으냐”며 웃었다. “‘동물원’ 자체가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에 있었잖아요. 다들 본업은 따로 있고, 음악은 좋아서 하는 취미 같았으니까요. 어쩌면 그래서 담백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는 “머리와 가슴에 툭 자극을 던져주는 음악의 카타르시스가 좋다”고 말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마음을 노래를 통해 표현하고 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평소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친절하거나 건강한 자신감을 표출하려는 사람일수록 마음이 멍든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내면의 아픔을 숨기기 때문이란다.
“그런 사람들에게 노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약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아픔도 노래를 통해 어루만질 수 있길 바랍니다. 노래 앞에선 모두 솔직해지거든요. 마음이 이어지는 관계를 갈망하는 지금, 희로애락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노래로 사람과 사람 간 감정이 따뜻하게 연결됐으면 좋겠어요.”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포크 밴드 ‘동물원’ 멤버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창기 씨(사진)의 말이다. 낮에는 정신건강을 돌보는 의사로, 밤에는 가수로 살고 있는 김씨는 지난달 《노래가 필요한 날》(김영사)을 펴냈다. 출퇴근길, 사랑과 이별, 가족 간 갈등과 화해 등 일상 속 특정 상황에 맞는 노래 77곡을 소개하면서 이와 관련된 자신의 추억과 정신건강의학 지식 등도 알려주는 책이다. 김씨를 서울 도곡동 생각과마음의원에서 만났다.
김씨는 1987년 데뷔 이후 33년간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해왔다. 동물원으로 활동하면서 ‘널 사랑하겠어’ ‘혜화동’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여러 히트곡을 만들었다. 김광석의 ‘그날들’ ‘기다려 줘’ 등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영상을 연출하듯 작곡한다. 무엇을 나타내고 싶은지 방향과 감성을 잡은 뒤 화자의 시선이 어떻게 움직일지 상상한다고 했다.
“보통 노랫말이 먼저 떠올라요. 눈앞에 훅 지나가는 이미지를 가사로 붙잡아요. 거기에 멜로디를 얹으면 곡이 잘 나왔던 것 같습니다.”
노래 속 화자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소심한 생활인’이다. 작은 성취에도 어깨를 으쓱대고, 때로는 징징거리며 혼잣말을 한다. ‘훌륭한 어른’이 되고 싶지만 그 기준은 모른다. 그 모든 감성이 곡에 녹아 있다.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는 지친 하루에 찌든 모습으로 시청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옛 연인을 만난 머쓱함을 그렸다. ‘변해가네’는 사랑을 기대하지 않던 사람이 사랑에 빠진 기쁨을 묘사한다.
자신의 음악 활동에 대해선 “직장인 밴드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어설픈 작사·작곡가이지 않으냐”며 웃었다. “‘동물원’ 자체가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에 있었잖아요. 다들 본업은 따로 있고, 음악은 좋아서 하는 취미 같았으니까요. 어쩌면 그래서 담백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는 “머리와 가슴에 툭 자극을 던져주는 음악의 카타르시스가 좋다”고 말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마음을 노래를 통해 표현하고 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평소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친절하거나 건강한 자신감을 표출하려는 사람일수록 마음이 멍든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내면의 아픔을 숨기기 때문이란다.
“그런 사람들에게 노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약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아픔도 노래를 통해 어루만질 수 있길 바랍니다. 노래 앞에선 모두 솔직해지거든요. 마음이 이어지는 관계를 갈망하는 지금, 희로애락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노래로 사람과 사람 간 감정이 따뜻하게 연결됐으면 좋겠어요.”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