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못 받고 발길 돌린 30대 주부, '혹시나' 초등생 자녀들은 친척 집으로
확진자 '택시 타고 경찰서'…1시간 30분간 무방비 노출된 시민들
'무단이탈 확진자와 동선 겹친다'…보건당국은 "들은 바 없어요"
"무단이탈 확진자가 다녀간 경찰서 민원실의 동선과 겹쳐 겁이 났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보건소로 향했으나 '들은 바가 없으니 돌아가라'는 말에 무척 황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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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택시 타고 경찰서까지 이동한 사실조차 까맣게 몰랐던 보건당국이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진단 검사를 받으러 온 주민을 그대로 돌려보낸 것으로 파악돼 뻥 뚫린 방역망과 함께 미숙한 위기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무단이탈 확진자와 동선 겹친다'…보건당국은 "들은 바 없어요"
◇ '뻥 뚫린' 환자 관리…무단이탈 확진자에 1시간 30분간 노출된 시민들
29일 강원도와 속초시 보건당국, 주민 등에 속초의료원 격리 음압병동에서 입원 치료 중이던 80대 노인 확진자 A씨가 지난 28일 오후 2시 58분부터 1시간 30여 분간 병원을 무단이탈했다.

A씨는 지난 24일 철원 노인요양보호시설을 고리로 한 확진 판정을 받아 속초의료원으로 옮겨졌다.

속초의료원 다인실 격리 음압병동에서 치료 중이던 A씨는 어찌 된 일인지 지난 28일 오후 2시 58분께 입고 있던 환자복을 평상복으로 갈아입고서 병실과 의료원 정문을 나섰다.

치매를 앓고 있던 A씨는 의료원 앞에서 갈 곳을 잃은 채 정차해 있던 한 시민에게 차를 태워 달라고 요구했고, 이 시민의 안내로 택시를 탈 수 있는 곳까지 이동했다.

택시에 타자 '철원으로 가자'는 A씨의 말에 이상한 점을 느낀 택시 기사 B씨는 치매 노인이라고 판단해 속초경찰서로 데리고 갔다.

경찰서 민원실에서 이뤄진 신원 확인 과정에서 A씨가 확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경찰관 2명은 속초시보건소에 연락해 A씨를 재입원시켰다.

A씨가 무단이탈한 지 1시간 30여 분간 보건당국은 이 같은 사실조차 까맣게 몰랐던 것으로 알려져 허술한 코로나19 환자 관리와 뻥 뚫린 방역망에 대한 비난을 샀다.

'무단이탈 확진자와 동선 겹친다'…보건당국은 "들은 바 없어요"
◇ "들은 바 없다 업무 끝났으니 내일 검사받아라"…위기 대응도 미숙
문제는 A씨가 머물던 경찰서 민원실에는 30대 후반의 주민 C씨도 비슷한 시간대에 머물렀고, 이 사실을 알게 된 C씨는 해당 경찰서로부터 진단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받았다.

이에 보건소를 찾아가 C씨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진단 검사를 의뢰하자, 보건당국은 '들은 바가 없으니 일단 돌아가시라'는 말에 황당해했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학부모인 C씨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아이들을 모두 친인척 집에 보낸 상태였다.

이후 퇴근 무렵 보건소에서 뒤늦게 진단 검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은 C씨는 '당장 가겠다'고 하자, '오늘은 업무가 끝났으나 내일 오라'는 답변에 더욱 화가 났다.

C씨는 "역학조사에서 발생한 확진자도 아닌 무단이탈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다는 설명에도 안이하게 대응한 보건당국에 황당했다"며 "초등생 자녀를 둔 상황에서 한시라도 빨리 검사받기를 원하는 주민의 마음을 헤아려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보건당국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밀접 접촉자는 택시 기사와 경찰관 2명으로 파악됐다"며 "의료원의 허술한 환자 관리와 보건당국의 안이한 대응 여부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A씨와의 밀접 접촉자 3명은 전날 검사를 마쳤고, C씨 등 동선이 겹치거나 접촉한 시민 8명은 이날 오전 진단 검사를 검사했다.

검사 결과는 이날 오후 늦게 또는 내일 오전에 나온다.

이와는 별도로 속초경찰서 전 직원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도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