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입도선매에 후진국 '울상'…변종 출현에 긴장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1년 가까이 지속하면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는 어쩔 수 없는 새로운 일상이 돼버렸다.
그러나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위기 상황으로 미국과 영국 제약사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이례적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개발됐고, 일부 국가에서는 일반 접종도 시작됐다.
이에 따라 백신이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공중 보건 위기를 진정시키고 본래의 일상으로 돌아갈 열쇠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1년도 안 돼 잇단 백신 개발 낭보…WHO "100% 효과는 아냐"
백신 개발에는 통상 수년이 걸리지만, 코로나19 백신은 사태의 심각성, 개발과 승인을 위한 행정적 절차의 효율화 덕분에 1년이 채 안 돼 개발됐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등이 개발한 3개 백신이 대표적이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병원체의 유전자 코드를 사용하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기존에는 사용된 적이 없는 신기술이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질환을 유발하는 항원 유전자 일부를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에 넣어 만든 전달체 백신이다.
예방 효과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각각 95%와 94.1%이고, 아스트라제네카는 70%로 알려졌다.
화이자 백신은 영국과 미국 등에서 사용 승인을 받아 일반 접종이 시작됐고, 모더나 백신 역시 미국에서 접종 중이다.
이 밖에 존슨앤드존슨(J&J)의 제약부문 계열사인 얀센이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방식의 전달체 백신을 개발 중이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도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고 밝힌 상태다.
이 같은 낭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과학자 대부분은 코로나19 백신이 다른 백신들과 마찬가지로 100% 효과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백신이 장기적인 예방 효과를 제공할지를 알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우리는 여전히 보호가 얼마나 강력한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가는지 배우는 중"이라고 전했다.
◇ 공평한 보급 가능할까…일부 선진국, 인구 대비 수 배 확보
문제는 백신 공급이 선진국은 물론 후진국에도 공평하게 이뤄질 수 있느냐다.
부자 나라들은 백신이 개발되기도 전에 입도선매에 나섰고, 일부 국가는 인구보다 더 많은 양을 확보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인구 대비 2배, 미국과 영국은 4배, 캐나다는 6배 이상 선주문해둔 상태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반면, 저소득 국가는 2024년 전까지는 충분한 양의 백신을 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아프리카 국가들과 인도 등은 선진국이 잉여분을 나눠야 하고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도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신 공동구매 및 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가 WHO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재정 확보 등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021년 1월 말까지 50억 달러(약 5조5천억원)가 모여야 하고 최종 목표까지는 200억 달러(약 22조원) 이상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부유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의 백신 구매를 지원해달라며 호소했다.
◇ 코로나19 변종 확산 우려…WHO "아직 통제 불능 아니다"
최근 영국에서 전염력이 한층 더 강해진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또 다른 우려가 제기됐다.
기존 바이러스에 맞춰 개발된 백신이 변종에도 예방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제약사들은 변종 바이러스에도 자신들이 개발한 백신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이자와 함께 백신을 개발한 바이오엔테크의 우구르 사힌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백신은 1천270개가 넘는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는데, 변종 코로나에서는 이 중 9개만이 바뀌었다"면서 "단백질 99%는 여전히 그대로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자사 백신 후보 물질인) AZD1222는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돋은 단백질 스파이크의 유전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면서 "이번 변이체에서 발견된 유전암호의 변화가 단백질 스파이크의 구조를 바꾸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WHO는 변종 바이러스가 아직 통제 불능 상태는 아니라면서 각국 정부에 지속적인 방역 조처를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