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중기·소상공인에 대한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놓고 은행권 안팎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유예 조치를 또다시 연장했다가는 선제적 구조조정 기회를 놓치고 자칫 금융회사까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면 추가 금융 지원이 없으면 자영업자 상당수가 내년에 무너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이자 추가 유예 요청에…고심 깊어진 은행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1일 은성수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코로나19 대응 금융정책 평가 및 2021년 금융정책 방향’ 간담회(영상회의)에서 일부 은행장은 내년 3월로 예정된 대출 이자 유예를 재연장하는 방안에 우려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는 신한 하나 국민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장 및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과 정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 은행장은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내년 3월 말) 대출 원금 만기 연장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이자 유예를 계속해 주는 것은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은 정부의 금융 지원 방침에 따라 중기·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만기와 이자 상환을 지난 9월 말 이후로 미뤘다. 이후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지 않자 이 기한을 내년 3월 말 이후로 한 차례 더 연장해 줬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은 한계 기업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코로나19 극복도 좋지만 코로나19 이전에 한계에 도달한 기업까지 안고 가는 것은 어려운 일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의 이자 납입 유예 규모는 950억원(8358건)이다. 평균 적용 금리를 연 2.5%로 가정하면 원금 3조8000억원의 상환 가능성이 불투명한 셈이라는 게 은행권 판단이다.

정부는 금융 지원이 끊겼을 때 타격을 우려해 은행 협조를 바라고 있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금융 지원이 끊겼을 때 영세 자영업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유동성 위기를 맞을 것으로 분석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