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 신경 쓰지 말고, 러셀에게 계속 올려줘."
남자프로배구 한국전력의 장병철(44) 감독은 3세트 중반 세터 김광국(33)에게 주문했다.

이미 승부는 KB손해보험 쪽으로 기운 상황에서 장 감독은 외국인 공격수 카일 러셀(27)이 자신감을 되찾길 바랐다.

한국전력은 22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방문경기에서 KB손보에 세트 스코어 0-3(21-25 19-25 19-25)으로 완패했다.

러셀은 1세트에 10차례 공격을 시도해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는 등 17점·공격 성공률 35.29%에 그쳤다.

경기 뒤 장 감독은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선수들 컨디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감독의 잘못이다"라고 자책하면서도 "러셀이 1세트에서 공격 득점을 한 개도 하지 못했다"며 외국인 선수를 향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장 감독은 3세트에서 승패보다 '러셀 기 살리기'에 무게를 뒀다.

1·2세트에서는 서브 리시브 부담이 있는 레프트로 출전한 러셀은 3세트에 라이트로 이동했다.

1·2세트에서 10득점 한 토종 라이트 박철우는 3세트부터 쉬었다.

3세트 러셀의 공격 점유율은 무려 80%였다.

5세트에서나 볼 수 있는 공격 점유율이었다.

장 감독은 2세트까지 5득점에 그쳤던 러셀이 3세트에서 맘껏 공을 때리며 자신감과 감각을 키우길 바랐다.

3세트 작전 시간에 김광국에게 "러셀이 자신감을 되찾아야 한다.

공을 계속 올려"라고 말했고, 러셀에게는 "책임감을 느끼고 때려"라고 당부했다.

러셀은 3세트에서 12득점 했다.

3세트에서 서브 에이스 2개를 올려 17경기 만에 서브 득점 50개를 돌파했다.

괴르기 그로저(전 삼성화재)가 세운 최소 경기 서브 득점 50개와 타이기록이다.

하지만 러셀은 자축할 수 없었다.

축하를 받지도 못했다.

토종 라이트 박철우를 영입한 한국전력은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레프트 자원' 러셀을 지명했다.

그러나 러셀은 한국전력이 기대하는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428점으로 득점은 2위지만, 공격 성공률은 48.10%로 10위로 처졌다.

경기마다 기복을 보이는 점도 장 감독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한다.

이례적으로 경기 중에 외국인 선수를 자극한 장 감독은 "3세트에 공을 몰아준 효과가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러셀이 살아나야, 팀도 살아난다.

25일 삼성화재전에서 러셀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