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국 중앙119구조본부 인명구조견센터장…"평상시 훈련처럼 했어요"
"시민들이 이웃으로서 힘을 모은 덕"…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뛰어들 것"

"일단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죠. 시간 싸움이라고 보고 생각할 겨를 없이 무조건 뛰어들었습니다.

"
지난 14일 대구 동구 아양교 일대 한 카페에서 만난 이창국(53)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인명구조견센터장은 "훈련할 때 느낌이 나더라"며 "도와준 시민 모두 동작 하나하나가 물 흐르듯이 구조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지난달 17일 퇴근 후 아내와 금호강변을 걷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물에 뛰어든 30대 여성 A씨를 구조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중앙119구조본부에서 특수구조대 신속팀장으로 근무한 마지막 날이었다"며 "바로 다음 날(11월 18일) 자로 인명구조견센터장으로 발령이 났고요"라고 했다.

이어 "매일 훈련하는 우리 소방관들도 이렇게 손을 맞추기가 힘든데 제가 힘들어하니까 마치 훈련된 사람들처럼 먼저 다가와서 잡고, 눕혀주고,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게) 자세를 잡아줬다"며 시민들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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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센터장은 "사건 발생 직전에 아내와 그 자리를 지나가는데 그 여성분이 눈에 확 들어왔다"며 "머리를 바닥으로 깊숙이 숙이고 있어서…. 그건 일반적인 자세가 아니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평생 인명구조에 전념한 그였기에 순간적으로 불길한 직감이 뇌리를 스쳤다.

조금 더 걷던 중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강둑 위로 올라가려던 마음을 바꿔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때마침 여성 2명이 "어떡하냐, 어떡해"하며 크게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직감이 현실이 되는 순간, 그는 현장으로 쏜살같이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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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양철교까지 약 600m를 뛰다가 걷다가 한끝에 물에 빠진 A씨와 마주했다.

빠른 물살 때문에 이미 강둑에서 10m 넘게 떠밀려 가고 있었다.

망설임 없이 3m 깊이 물에 뛰어든 그는 거센 물살 속에서도 정신을 잃은 A씨를 붙잡았고, 겨우겨우 물가로 끌고 나왔다.

물 밖으로 A씨를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그가 애를 먹자 주변에 서성거리던 시민들이 거들었다.

여러 차례 반복한 심폐소생술에도 A씨는 창백했다.

자세를 재정비하던 중 목에 감긴 줄이 눈에 띄자 너도나도 지나는 이들에게 "칼"을 외쳤고, 마침 손톱깎이를 지닌 사람이 있어 줄을 끊어낼 수 있었다.

이 센터장은 심폐소생술을 멈추지 않고 계속했고, 잠시 후 "컥"하는 소리와 함께 A씨의 호흡이 돌아왔다.

새파란 입술과 검게 변한 얼굴도 체온이 회복하며 제빛을 찾았다.

이 센터장은 "시민들이, 여러 사람이 이웃으로서 힘을 모아 구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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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19구조대가 A씨를 싣고 가는 것을 본 뒤 아내와 집으로 돌아갔는데 30분 정도 그곳에 서 있었던 것 같다"며 "안타까움이 컸다"고 했다.

이어 "한순간 극단적인 선택을 했더라도 마음을 돌려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셨으면 한다"며 "살다 보면 또 어려운 일들이 그렇게 있더라"고 차분히 말했다.

소방관이기에 위험을 감수한 용기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본연의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다.

단지 아내와 이제 사회인이 된 아들이 그에게 내민 '엄지척'에 힘을 얻는다.

평생 자식 걱정에 노심초사하는 어머니는 "왜 물속에 뛰어들었냐"며 꾸지람을 했다고 한다.

이 센터장은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도 그렇게 뛰어들 것"이라며 "그게 우리 소방관들의 숙명이다.

"고 웃어 보였다.

그는 군 조종사 전역 후 15년간 대구소방안전본부 항공대 기장으로 인명 구조에 전념하다가 올해 초 중앙119구조본부로 옮겨 대국민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