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2집(2008년)의 감미로운 러브 송 '아임 인 러브'와 사모곡 '엄마'는 보편적 호소력으로 여전히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다.
3집 '사운즈'(Soundz)가 2014년 발매됐기 때문에 올해가 또다시 그의 '정규앨범 시즌'이 될 터였다.
그러나 최근 그는 돌연 '가수 라디'로서의 활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15일 정오 베스트 앨범 'Ra.D'를 발매한 뒤 프로듀서 및 보컬·세션 디렉터 등의 활동에 집중할 예정이다.
최근 이메일로 인터뷰한 라디는 "하루 이틀 생각하고 결정한 사안은 아니기에 당장에 번복할 생각이나 후회는 없다"면서도 복합적인 소회를 전했다.
"당분간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기로 마음먹은 시점부터 현재까지 계속 미안한 마음입니다.
특히 저의 콘서트 때마다 귀중한 시간 내셔서 저를 응원해주셨던 분들께…"
그는 "가수와 프로듀싱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 것이 (가수 활동 중단의) 결정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가수, 보컬리스트로 알고 계시지만 저는 사실 프로듀싱으로 음악 생활을 시작했다"며 "저 자신이 무대에 서는 것보다 무대에 선 사람들을 돋보이게 해 주는 것에 더욱 희열을 느껴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라디가 음악생활을 해온 것은 언더그라운드를 포함해 어느덧 23년째. 그는 가수뿐만 아니라 프로듀서, 제작자 등으로 다양한 활동을 했다.
자신의 레이블 리얼콜라보(Realcollabo)를 설립해 한때 브라더수와 디어, 주영, 치즈, 러비, 시애나 등 신인을 발굴하기도 했고 아이유, 2PM, 권진아 등 많은 가수의 앨범 프로듀싱에도 참여했다.
틈틈이 자신의 이름을 건 작업물로 탄탄한 음악성을 보여줬고 2집 '리얼콜라보'(Realcollabo)는 한국대중음악상 R&B 음반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음악 여정엔 고뇌도, 쉽지 않은 순간도 있었다.
그는 "좋아서 시작하고 뛰어든 음악생활 중 여러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다.
그때그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지만 공허함이 커졌다"고 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두를 힘들게 한 올해는 그에게도 "역대급으로 다사다난"했다고 한다.
"도저히 새로 만든 신곡들에 감성을 불어넣어 완성시킬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말이죠. 결국 지인, 동료, 가족들과 여러 의논을 거치고 방향을 틀어 2022년에 발표할 예정이었던 베스트 앨범을 올해 내기로 하고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하게 되었습니다.
"
베스트 앨범에는 그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라디의 곡들과, 신곡인 인트로와 타이틀곡 등 총 14트랙이 담긴다.
라디는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몰라'로 시작하는 인트로 'Correction'의 가사에 이번 앨범의 의미가 모두 담겨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소개했다.
타이틀곡 '너 때문에'는 아들에 대한 사랑을 노래했다.
'어떻게 표현할까'를 10여 년간 고민해왔다는 주제다.
힘든 2020년이었지만 그는 올해 들어 연이어 싱글을 선보이며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뮤지션 박희수와 공동 작곡·작사한 '귀를 막아줘', 진보(JINBO)와 함께한 '오픈 잇 업'(Open It Up) 등이다.
라디는 "(이들) 두 곡을 함께하는 동안 두 명의 뮤지션들로부터 큰 힘을 얻었다"며 "박희수는 천재적인 음악 실력을 가지고 있고 진보는 명불허전 굉장한 에너지를 가진 뮤지션"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앞으로 "보컬 및 세션 디렉터로서, 녹음 및 사운드 메이커로서, 프로듀서 및 편곡가로서 서포트하는 포지션"(라디 SNS 글)에 집중하겠다는 그는 어떤 방향성을 그리고 있을까.
그는 프로듀서로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에 젖은 뮤지션들을 제외하고, 현재 고민 중에 있는 뮤지션들과 함께하고 싶다"며 "아마 반드시 제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자신에겐 "'조금만 더 열심히 좀 하지…'라고 일단 좀 꾸짖고 나서 '앞으로 잘 될 거니까 너무 걱정 마'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그는 팬들을 향해 이렇게 다짐했다.
"프로듀싱 활동으로 저희 음악은 이어지니까, 잊어버리지 말아주세요.
언젠가 다시 저밖에 못 부르는 정말 좋은 노래가 만들어지면 그때 돌아오겠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