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인 '배신투표' 없이 바이든 압도…의회 인증·발표만 남아
소송·재검표 이어 또 졌지만 트럼프 불복 이어갈 듯
선거인단 투표 패배 날 법무 '경질'…'치명상' 트럼프 어디로
차기 미국 대통령을 공식 선출하기 위해 14일(현지시간) 실시된 선거인단 투표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해 백악관 입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국민의 지지를 확인한 지난달 3일 대선에 이어 이날 선거인단 투표까지 이겨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이은 소송, 재검표 패배에 이어 치명상을 입었다.

11·3 대선을 통해 주별로 선출된 선거인단은 이날 자체적으로 50개 주와 워싱턴DC에서 투표에 나섰다.

이날 투표 결과는 연방 의회에 전달돼 내년 1월 6일 상·하원 의원이 참석하는 합동회의에서 집계해 발표되고 대통령 당선인을 선포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미국 헌법상 선거인단 투표 방법은 비밀투표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관행상 결과가 공개돼왔다.

공식적으로는 의회가 발표한다.

선거인단 투표에서 전체 538명 중 바이든 당선인은 당선에 필요한 과반 270명을 훌쩍 넘긴 306명, 트럼프 대통령이 232명을 확보했다.

주별 투표 결과와 달리 투표하는 '신의 없는 선거인'의 '배신 투표'는 없었다.

간접투표 방식인 미국 대선에서 선거인단 투표는 국민이 참여한 대선 결과를 재확인하는 형식적 절차로 취급됐지만,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에 불복하면서 큰 관심사가 됐다.

선거인단 투표 패배 날 법무 '경질'…'치명상' 트럼프 어디로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으로 대선 후 40일이 지나도록 분란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캠프와 공화당은 경합주에서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 측이 대세에 영향이 없는 1건만 이겼을 뿐 나머지 50건 이상의 소송에서 패했다고 집계했다.

공을 들여왔던 연방대법원 소송도 기대와 달리 좌절됐다.

대법원은 공화당의 펜실베이니아주 우편투표 무효 신청을 기각했고, 텍사스주가 4개 경합주 대선 결과를 무효로 해달라며 낸 소송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부 경합주에서 요청한 재검표도 패배를 뒤집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하면 백악관을 떠나겠다고 밝힌 적도 있지만, 여전히 '선거 사기'를 주장하면서 승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날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선거인단 투표가 이뤄진 이날 오후엔 트윗을 통해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성탄절 이전에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바 장관은 대통령의 '충복'으로 꼽혔지만, 선거 사기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히는 등 최근 엇박자를 내왔다.

법무장관까지 경질한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불복 소송을 이끄는 루디 줄리아니 변호사도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헌법에서 유일하게 정해진 날은 1월 20일 대통령 취임일"이라며 "언론은 싸움이 끝났다고 선언하려 하지만 우리는 합법적 투표가 공정하고 정확하게 집계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인단 투표 패배 날 법무 '경질'…'치명상' 트럼프 어디로
남은 불복 절차는 상·하원 회의 때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방법이 있다.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1명 이상이 특정 주의 선거인단 표결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상·하원은 각자 논의한 후 이의를 받아들일지를 표결로 정한다.

양원 모두 선거인단 투표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낼 경우 그 주의 선거인단은 집계에서 제외된다.

상·하원 중 한쪽이라도 부결하면 성사되지 않는다.

다만 의회의 선거인단 투표 확인은 형식적 절차로 여겨져 왔고 선거인단 투표를 부정할만한 문제도 없다는 점에서 이의 제기가 인정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인정된 전례도 없다.

1969년과 2005년에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이의가 제기됐지만, 상·하원 모두 이를 기각했다.

현실적으로도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통과될 리 없고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도 성사 가능성이 없는 안건에 무리수를 둘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소송을 낼 수 있지만, 대법원의 판단이 두 번이나 나온 터라 새로운 논리로 승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남은 시간은 바이든의 편이 될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차기 대통령으로서 새 행정부 출범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바이든 당선인의 공식적인 대선 승리가 선거인단에 의해 확정됐다"며 반면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는 더욱 가로막혔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