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고 대상 통보 안 받아도 자발적 검사…의료진도 '분투'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니 괜한 불안감에 손주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 왔습니다.

"
정부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제적 진단검사를 위해 임시 선별 검사소 운영을 시작한 14일 수도권 지역 임시 선별검사소와 기존 검사소에는 업무 시작 전부터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가족·이웃 위해 내가 먼저"…한파 속 임시선별검사소에 행렬
두꺼운 외투에 모자로 중무장한 이들은 차분하게 차례를 기다리며 검사를 받았다.

별다른 증상이 없고 방역 당국으로부터 검사 대상 통보를 받지 않았어도 불안감을 떨치려는 마음으로 검사소를 찾은 이들이 많았다.

이날 운영을 시작한 경기 수원 장안구 임시 검사소는 장안구보건소 뒤편 주차공간에 마련됐다.

보건소 내 기존 선별진료소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검사 수요가 몰릴 때마다 가동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무료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인근 주민들은 이른 시간부터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영하권의 칼바람 속에서도 두꺼운 외투로 무장한 이들은 길게는 10여m 이어진 대기열에도 차분히 줄을 서 검사를 받았다.

손주 생각에 검사를 받으러 왔다는 김모(64)씨는 "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오면 안심하고 가족들을 만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박모(32)씨는 "요즘 열은 없는데 콧물이 자주 나고 목에 가래가 끼는 것 같아 혹시 코로나19가 아닐까 걱정돼 검사를 받으러 왔다"며 "혹시나 걸려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느니 미리 검사를 받는 게 나을 거 같다"고 밝혔다.

고양시에서는 화정·정발산·일산역 등 3개소에서 임시 선별검사소가 운영됐다.

검사소 운영 시작 전부터 20∼30명이 줄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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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고양 임시 선별검사소에는 기존 'PCR 검사법'(비인두도말 유전자증폭 검사법) 외에도 '타액 검사 PCR', '신속항원검사' 등 2종의 검사법이 새로 도입됐다.

검사소를 찾은 한 남성은 "뚜렷한 의심 증상은 없지만 신속항원 검사 등으로 빠르고 편리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시간을 내 검사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들은 분주하게 시민들을 안내하고 검사를 진행했다.

한 의료진은 "천막 형태 임시 검사소에서 일하기에 날씨가 너무 춥고, 새로운 검사 방법까지 안내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신속 항원 검사 방식도 설명해 드리는데 대부분 시민이 설명을 듣고 기존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아직 임시 선별검사소가 없는 인천지역 기존 검사소에도 이른 오전부터 시민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최근 공무원 8명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은 부평구 지역 보건소에도 한때 긴 줄이 늘어섰다.

이모(36)씨는 "최근 부평구청에 들린 적이 있는데, 불안해서 검사를 받으러 보건소에 왔다"며 "증상은 없고 검사 대상이라는 안내도 없었지만 혹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을 거 같아 검사를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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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구 보건소 관계자는 "현재 검사 인원이 너무 많아 인원수 파악이 어려울 정도"라며 "우선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주민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이날부터 10개 군·구에 각 1개씩 임시 선별진료소를 추가로 설치해 시민들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가장 먼저 15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역과 미추홀구 주안역 인근에서 임시 선별진료소 1곳씩 운영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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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날부터 다음 달 3일까지 3주간을 '집중 검사 기간'으로 정하고, 수도권 150곳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무료 검사를 한다.

시민들이 좀 더 편하게 검사소를 찾게 해 무증상 감염자를 조기에 찾아내는 것이 목표다.

(노승혁 홍현기 권준우 최재훈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