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 나포중 백보경양 가천문화재단 심청효행대상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 홀로 돌본 '현대판 심청이'
올해 7월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청각 장애인으로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안쓰러운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뇌경색으로 신체 일부가 마비된 지 8년 만에 다시 생사를 헤맸지만, 다행히도 상태가 더 나빠지진 않았다.

중학생인 딸 백보경(15)양은 학교와 요양병원을 오가며 더 심해진 마비를 치료받는 어머니를 돌봤다.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어 휠체어를 타는 어머니를 보면 눈물이 나왔지만 참았다.

수화가 서툰 어머니에게 몸짓과 눈짓을 하며 일부러 밝게 웃었다.

백양은 외할머니마저 올해 9월 떠나보낸 힘든 상황에도 좌절하거나 위축되지 않았다.

어머니의 재활을 도우면서도 학교생활을 성실히 한 그를 선생님들은 입을 모아 칭찬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해 요양병원 면회가 불가능해지면서 영상통화로만 어머니와 안부를 주고받는다.

백양은 "아픈 어머니를 보며 간호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며 "어머니를 계속 지켜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가천문화재단은 효심이 지극한 현대판 '심청이'에게 주는 제22회 심청효행대상에 전북 군산 나포중학교 3학년 백양(심청효행상 부문)을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결혼이주여성 코른네쓰(34)도 심청효행대상(다문화효부상 부문) 수상자로 뽑았다.

2007년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코른네쓰씨는 지체장애인 남편과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13년째 돌보고 있다.

뇌 병변으로 자주 쓰러지는 남편은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 홀로 돌본 '현대판 심청이'
코른네쓰씨가 평일에는 방앗간에서, 주말에는 카페에서 일하며 집안의 생계를 책임진다.

세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시어머니를 목욕시키는 일도 그의 몫이다.

동네 주민들은 "캄보디아에서 온 며느리가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나머지 다섯 식구를 잘 챙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어머니도 "며느리에게 항상 고맙다"며 눈물을 훔쳤다.

가천문화재단은 또 심청효행상 본상 2명·특별상 7명, 다문화효부상 본상 2명, 다문화도우미상 대상 1개 단체·본상 2개 단체를 선정했다.

심청효행상 본상 수상자 2명은 발달장애가 있음에도 같은 장애를 앓는 언니·오빠를 챙기고 역도선수로 활동 중인 서울 혜화여고 1학년생 김민지(16)양과 유전병을 앓으면서도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어머니를 살뜰하게 간호한 경북 김천생명과학고 1학년생 박민정(16)양이다.

심청효행대상은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이 1999년 심청전 원작의 무대로 추정되는 백령도에 심청 동상을 제작해 기증한 것을 계기로 제정됐다.

부문별 수상자에게는 각각 장학금 300만∼1천만원과 100만원 상당의 무료 종합건강검진권 2장 등이 상금과 부상으로 주어진다.

가천문화재단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시상식은 열지 않는다"며 "수상자가 다니는 학교나 기관 등을 통해 장학금과 부상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