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팔겠다' 속여 3억4천만원 챙겨…"보이스피싱과 수법 유사"
대포폰에 차명계좌…농심 울린 선입금 사기 '조직적 범죄' 정황
수확 철 전북지역 미곡 처리장 여러 곳에서 발생한 선입금 사기를 수사 중인 경찰은 치밀한 계획하에 조직적으로 범행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가 대포폰과 차명계좌를 이용한데다, 피해금을 즉시 가상화폐로 환전한 점 등으로 미뤄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와 같이 몇몇이 역할을 나눠 범행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미곡 처리장 선입금 사기가 지난 10월부터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지능범죄수사대를 주축으로 경찰서별 피해 사례를 모으고 있다.

이 기간에 이뤄진 범행 수법은 모두 유사하다.

남성으로 추정되는 피의자는 미곡 처리장에 전화를 걸어 "농협에서 관리하는 벼를 곧 팔 테니 먼저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짐칸에 벼를 가득 실은 트럭 사진과 함께 별도의 계량 증명서를 팩스로 보내 피해 미곡 처리장을 안심시켰다.

미곡 처리장 관리인들은 이를 믿고 남성이 알려준 인터넷 계좌에 수천만∼수억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이 남성은 이후 연락을 끊었고 보내준다던 벼도 미곡 처리장에 끝내 도착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이런 방식으로 김제와 군산 등 도내 미곡 처리장 5곳에서 3억4천만원 상당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미곡 처리장으로 걸려온 전화번호와 피해액을 보낸 계좌를 추적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 차명으로 등록돼 피의자 특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해 미곡 처리장들이 입금한 돈도 모두 해외에서 가상화폐로 환전돼 흐름이나 용처 추적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행 수법으로 미뤄 미곡 처리장의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유사 범행 사례 등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이용해 유선으로 범행한 일련의 수법이 보이스피싱 범죄와 흡사하다"며 "전담팀을 투입해 피의자 특정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