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재심 청구한 군법회의 수형인 7명은 21일로 선고 연기

72년 전 제주 4·3 당시 일반재판에 회부돼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가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따뜻한 봄이 왔다"…제주4·3 생존수형인 김두황 재심서 '무죄'
일반 재판을 통해 억울한 옥살이를 한 4·3 수형인에 대한 법원의 재심 무죄 판결은 이번이 첫 사례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일반재판에서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수감 생활을 한 김두황(93) 할아버지의 재심에서 7일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은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했고 입증 책임이 있는 검사는 관련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며 "관련 증거가 없어 검찰도 무죄를 구형한 만큼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증거관계만으로는 공소사실 인정할 증거가 부족한 경우에 해당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과 함께 해방 직후 극심한 이념 대립 속에서 억울한 옥살이와 전과자 낙인으로 고통의 세월을 견뎌온 김 할아버지를 위로했다.

제주 남제주군 성산면 출신인 김 할아버지는 1948년 11월 경찰에 끌려가 남로당 가입을 자백하라는 강요와 모진 폭행을 당한 뒤 목포 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다 1950년 2월 출소했다.

그는 영장 없이 불법 구금돼 정식 재판을 받지 않았음에도 날조된 공소사실에 의해 옥고를 치렀고, 70년간 자신의 죄명과 선고 일자조차 모르고 지내면서도 과거를 잊으려 노력해왔다.

"따뜻한 봄이 왔다"…제주4·3 생존수형인 김두황 재심서 '무죄'
김 할아버지는 몇 년 전 확인한 판결문에서 폭도들을 지원했다는 날조된 근거로 국방경비법 위반이 적용돼 옥살이하게 됐음을 알게 됐고, 명예 회복을 위해 지난해 10월 재심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열린 첫 재판에서 김 할아버지를 비롯한 수형인 전원에게 무죄를 구형하고 "피고인의 명예가 회복되고 4·3 희생자들의 아픔과 고통이 조금이나마 치유됐으면 한다"고 했었다.

김 할아버지는 법정에서 나와 "따뜻한 봄이 왔다.

노란 유채꽃이 활짝 피었다.

기분이 너무 좋다"고 취재진에게 소감을 전하고 두 팔을 번쩍 들어 만세를 불렀다.

재판부는 김 할아버지와 함께 재심을 청구했던 군법회의 수형인 김묘생(92) 할머니 등 7명에 대해서는 "법리 검토가 더 필요하다"며 선고 공판을 21일로 연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