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합에 있어도 훈훈하고 안정적인 캐릭터"
무대 연기로 다진 내공을 TV에서 펼치기 시작한 지 3년, 배우 김선호(34)가 드디어 터졌다.

종영을 앞둔 tvN 주말극 '스타트업' 속 키다리 아저씨 한지평 역과 KBS 2TV 예능 '1박2일' 속 놀라운 친화력을 지닌 캐릭터가 시너지를 낸 덕분이다.

오랜 기간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던 김선호가 TV 플랫폼에서 처음 도전한 작품은 KBS 2TV '김과장'(2017)이다.

그는 명문대 철학과 출신의 경리부 사원 선상태로 분해 순수하면서도 성실한 이미지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며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이후 '최강 배달꾼'(2017)에서는 버림받은 황태자 오진규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했고, MBC TV '투깝스'(2017~2018)에서는 사기꾼 영혼 역을 맡아 조정석에게도 밀리지 않는 유쾌한 연기력을 자랑했다.

이 밖에도 '백일의 낭군님'(2018), '으라차차 와이키키2'(2019), '유령을 잡아라'(2019)를 거치며 조연에서 안정적인 주조연 반열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늘 '한 방'이 아쉬웠다.

본인이 가진 재능과 이미지와 비교해 작품 운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섹스어필보다는 진정성 있는 연기력과 선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배우인 만큼 어떤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는지가 더욱 중요한 편이다.

그 아쉬움을 '스타트업'이 날렸다.

물론 '스타트업' 역시 작품 전체를 놓고 보면 개연성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김선호에게 주어진 한지평 캐릭터만큼은 시청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냉혹한 현실에서 성공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성장통을 인간적으로 내비치고 사랑하는 달미(수지 분)에게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는 모습이 여심을 사로잡았다.

실제 본인 이미지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1박2일'에서 형들과 동생들 사이에서 특유의 적응력과 친화력을 보여주고, 결정적인 순간 욕심 없이 베푸는 모습과도 연결돼 시청자들로서는 몰입하기에도 편안한 작품이다.

여성 팬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김선호에게 호의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5일 "'스타트업' 속 한지평은 김선호가 '1박2일'에서 보여준 장점을 다 가졌으면서 거기에 '까칠함'을 더했다.

이 까칠함이 재수 없고 못되게 보이는 게 아니라, 배려를 담아 쓴소리를 하는 캐릭터라 이 시대에 위로를 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1박2일'에서도 김선호는 경쟁심이 있지만 결정적일 때는 멤버들을 포용하면서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한다.

어떤 조합에 갖다 놔도 훈훈하고 안정적인 캐릭터이다 보니 그의 실제 이미지를 드라마에서도 활용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으로 남녀 주인공보다도 큰 인기를 누린 김선호는 차기작 행보만 봐도 역시 기본기를 탄탄하게 갖춘 '모범생'이다.

그는 자신의 고향인 연극 무대로 돌아가 2인극 '얼음'에 참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