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게 시내버스 앞으로 끼어드는 '칼치기' 사고 피해로 졸업식을 앞두고 있던 고3 학생이 1년째 사지마비 상태다.
버스 앞에 끼어든 칼치기 가해자는 최근 1심에서 금고 1년 형을 선고받았다.
꿈 많던 19살 고교생이 병상에 누운 지 1년째. 피해 학생의 가족은 형량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사고는 지난해 12월 16일 일어났다.
당시 고3이던 A양은 시내버스에 올라타 뒷좌석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버스는 A양이 앉기 전 출발했고, 얼마 안 가 렉스턴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버스 앞으로 무리하게 끼어들었다.
버스가 급정거하면서 미처 앉지 못한 A양은 동전함까지 날아가 머리를 부딪혔고, 목뼈를 다치면서 사지마비에 이르렀다.
1심 재판에서 검찰은 렉스턴 차주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금고 1년 형을 선고했다.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했고,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참작했다고 한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무리한 끼어들기는 중과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사고 역시 단순 과실에 해당했다.
A양의 친언니인 B씨는 5일 "동생은 기약 없는 병원 생활을 해야 하는데, 가해자는 고작 금고 1년 형을 선고받아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대형버스는 승객이 많아 사고 여파가 더 큰 만큼 버스 앞 끼어들기를 중과실에 포함해 형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버스 기사에 대한 과실도 있다고 지적했다.
B씨는 "승객이 모두 착석한 걸 확인한 뒤 출발하기만 했어도 큰 사고로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버스 기사에 대해서는 기소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승객이 모두 착석한 뒤 버스가 출발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없어서다.
B씨는 "승객이 모두 착석하면 출발하고, 위험 운전을 금지하는 등 버스 기사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양은 여전히 차도가 없는 상황이다.
신체 활동은 불가능하지만, 정신은 또렷한 상태라 우울감으로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가족과 통화도 삼가고, 어머니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고 B씨는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보호자 1명을 제외한 면회가 금지되면서 수개월째 혼자 병간호하고 있는 어머니의 건강 상태도 악화하고 있다.
B씨는 "대학 입시 원서를 준비하고 있던 막냇동생이 학생증 대신 중증 장애인 카드를 받게 됐다"며 "아무 잘못 없는 동생이 한순간에 사지마비가 됐지만, 가해자로부터 제대로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과 렉스턴 차주는 각각 1심 형이 너무 가볍거나 무겁다며 쌍방 항소한 상태다.
오는 17일 창원지법에서 열리는 2심 재판을 앞두고 피해 가족 측은 탄원서 등을 준비하고 있다.
B씨가 올린 가해자 엄벌 요구 국민청원은 4일 오전 10시 기준 2만6천여명이 동참했다.
B씨는 "2심 판결에서는 가해자가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응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