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40%가량을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곤 하지만 적어도 국내 소비자들에겐 '딴 나라 얘기'입니다. 국내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애플 등 세 곳의 기업이 꽉 잡고 있습니다. 중국 제조업체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도 한국 스마트폰 시장의 문을 계속 두드려 왔습니다. 다만 국내 소비자들은 '중국폰은 백도어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등 보안 우려가 불식되지 않았다' 등의 이유로 이들을 외면해왔습니다.
그 결과 2014년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한 화웨이는 2018년 이후 국내에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고, 최근까지도 신제품을 꾸준히 내놨던 샤오미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를 넘기지 못하는 굴욕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국 제조업체들이 한국 시장 전략을 수정한 듯 보입니다. 여의치 않은 스마트폰 사업 대신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스마트워치와 스포츠밴드, 무선이어폰 등 웨어러블 기기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인데요. 이 중에서 화웨이가 최근 국내 시장에 출시한 스마트 워치 'GT2 프로'를 써봤습니다. GT2 프로는 클래식한 디자인과 스포티한 성능을 앞세운 프리미엄 스마트워치입니다. 제품을 받으니 고급스런 제품 포장부터 외면에 신경을 쓴 듯한 모습입니다. 박스 안에는 가죽 스트랩이 장착된 본체와 전용 충전기 포트, 여분의 스트랩 등으로 구성됩니다.
다만 바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일이 있는데요. 워치를 사용하기 위해 삼성 스마트폰과 연동시키니 화웨이 자체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인 '앱갤러리'를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습니다. 앱갤러리는 지난해부터 미국의 제재로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화웨이가 자구책으로 만든 앱 마켓입니다. 처음엔 화웨이 스마트워치와 연동되는 화웨이 '헬스' 앱이 앱갤러리에서만 다운되는지 알고, 안내대로 앱갤러리를 불필요하게 다운받았는데요. 알고 보니 플레이스토어에서도 헬스 앱을 다운받을 수 있었습니다.
성능은 준수한 편입니다. 화웨이는 GT2 프로를 두고 "프리미엄 스포츠 스마트 워치"라고 했는데요. 설명대로 다양한 스포츠 모드가 눈에 띕니다. 스키, 골프 등 100가지 이상의 운동 모드를 지원하는데요. 심박수, 평균 속도, 최대 슬로프, 트랙, 거리 등 다양한 운동 관련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방대한 데이터는 자동으로 측정돼 스마트폰 내 헬스 앱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이를 보며 매일 운동량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또 워치의 운동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면 알려주는 기능과 GPS와 지도를 통해 이용자가 이동한 거리와 시간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편했습니다.
넉넉한 배터리 용량도 장점입니다. 24시간 착용해야 하는 스마트워치 특성 상 배터리는 구매 시 눈여겨봐야 할 주요 기준 중 하나인데요. 자체 개발한 초저전력 칩 '기린 A1'을 탑재해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4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화웨이의 설명입니다. 다만 이는 화면을 항상 켜두는 올웨이즈온디스플레이(AOD) 모드를 껐을 경우입니다. AOD 모드를 켜놓으면 배터리가 닳는 속도는 두 배 이상 빨라집니다. 이 외에도 광투과율 센서를 탑재해 이용자의 혈중 산소 포화도와 심장 박동수를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는 기능도 눈에 띕니다. 손목만 봐도 기본적인 건강상태는 체크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 별도로 설정을 하지 않아도 수면 상태 측정을 해주는 수면 추적과 기압과 나침반 등 다양한 기능도 유용했습니다.
앞으로도 화웨이는 스마트폰 보다는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제품으로 국내 시장을 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화웨이는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 강자이기도 한데요.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무선 이어폰을 제외하고 스마트워치·밴드를 중심으로 한 전 세계 웨어러블 시장에서 화웨이는 21%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중국 제품에 대해 불신이 높고, 아직 화웨이를 둘러싼 '백도어(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비)' 관련 논란이 현재 진행 중인 상태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화웨이가 한국 시장에서도 유의미한 실적을 얻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