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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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2년6개월만에 1000원대로 하락(원화가치는 상승)했다. 미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도입 기대감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다. 한국의 외환 보유액은 10년만에 최대폭으로 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원80전 내린 1097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1000원대에 진입한 것은 2018년 6월15일(1097원70전) 이후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70전 내린 1100원10전에 출발한 후 낙폭을 키워 오후 장중 한때 1096원20전까지 떨어졌다.

이날 환율 하락은 미국 의회가 전날 908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 시행안을 준비했다고 발표한 것과 관계가 깊다는 분석이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미 하원에 출석해 "코로나19 위험이 사라질 때까지 낮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필요 없을 때까지 경기 부양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백신 기대감도 환율하락을 부추겼다. 영국 정부가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승인하고 다음 주부터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퍼진 것으로 분석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개선되는 수출 흐름과 잇따르는 선박 수주 등 원화 가치에 긍정적 소식들이 나오면서 원화를 사고 달러를 매도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하락에 따라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서겠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 연구원은 "외환 당국이 지난달 달러를 사들이는 등 이미 적잖게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1100원선 지지를 위해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363억8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98억7000만달러 늘었다. 11월의 증가 폭은 2010년 7월(117억4000만달러) 이후 가장 컸다. 외환보유액은 올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째 증가하면서 6월 이후 6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10월 말 기준(4265억달러)으로 세계 9위다. 중국(3조1280억달러), 일본(1조3844억달러), 스위스(1조217억달러)가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환율 최저치인 2014년 7월3일(1008원50전)까지 갈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있다. 당시 한국의 성장률이 3.3%를 기록하는 등 빠른 성장에 따라 원화가 강세를 나타냈다.

김익환/강진규 기자 lovepen@hankyung.com